한경닷컴 조사 결과 전국 폐업률 10%
2005년 이후 최고치 기록
서울이 폐업률 12.4%로 가장 높아

폐업을 결정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간판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폐업을 결정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간판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욕의 시간을 이제 마무리한다.”
서울 강남 압구정로데오 맛집 거리에서 약 6년간 꼬칫집을 운영해온 방송인 정준하가 지난해
폐업 소식을 밝히며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폐업의 배경은 계속 이어진 적자다.

압구정 로데오 길 끝자락 몫 좋은 곳에 있던 그의 가게 월세는 2200만원으로 알려졌다. 정준하는 그간 방송에서 수차례 높은 임대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자영업자 10명 중 한명은 가게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솟는 외식물가에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결과다.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에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데이터를 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10.0%로 집계됐다. 전국 폐업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서울은 폐업률이 12.4%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을 찾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한 자영업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황학동 주방 거리에 쌓여 있는 중고 주방기구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황학동 주방 거리에 쌓여 있는 중고 주방기구들. 사진=연합뉴스
배경은 간단하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외식물가는 치솟고 있다. 예컨대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처음 7000원대를 넘었다. 2020년만 하더라도 5000원선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식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의 상승으로 식당 주인들 역시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 역시 고물가 및 고금리 등의 여파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 지면서 자연히 식당을 찾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올해도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과반(52.3%)은 내년 소비지출을 전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품목별로 보면 ‘여행·외식·숙박(20.6%)’에서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둥에서는 “불경기를 이겨낼 수 있는 답이 없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부채만 늘고 있다” 등의 토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