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만한 기술은 다 나왔다?…IT업계가 승부하는 법[테크트렌드]
아이디어의 주인은 ‘생각’한 사람이 아니고 ‘실행’한 사람이다. 구상과 창조 사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 그림자를 걷어내는 사람을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구상한 것을 실제로 구현하고 실행하는 길에 있는 수많은 장애물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일은 그 장애물을 걷어냈을 때 완성된다.

나올 법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다 나와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아직도 시장은 더 키울 수 있다. IT업계는 아이디어에서 머물지 않고 실행으로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여기, 아이디어 단계를 넘어서 ‘일이 되게끔’ 만든 IT 업계의 사례가 있다. X2E모든 것이 돈이 된다. 모든 것에서 돈을 번다(Everything to Earn, X2E). IT 기술이 발달돼 우리 모두가 365일 24시간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가능해진 개념이다.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미션을 달성하면 그때마다 경제적, 사회적 보상을 받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대부분이 네트워크상에서 이뤄진다.

‘파트너스 활동’은, 자신의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광고 콘텐츠를 작성한 후 이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방문한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혹은 구매를 할 때마다 일정 수익을 받는 방법이다. 미리 계약한 업체를 통해 수익률 배분 방법, 광고 콘텐츠 제작 방식을 협의한다. 큰 사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개개인이 틈새 시간, 틈새 공간에서 알뜰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광고주 입장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입소문’ 마케팅을 하기 위한 초석이 되어준다. 광고비도 대규모로 한 번에 나가지 않으니 부담스럽지 않다. 클릭 수, 구매 수를 네트워크를 통해 정확히 카운트할 수 있으니 보상액도 정량적으로 산정되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

쿠팡 파트너스, 아마존 어필리에이트 서비스가 이런 예다. 쿠팡은 2018년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었다. 2022년 8월 레이지 고메 클럽 (Lazy Gourmet Club)에서 출시한 플래터(Platter) 앱도 있다. 소비자들이 맛집 리뷰, 후기를 올리면 비트 토큰을 보상해 준다. 리뷰 투 언(Review to Earn) R2E 비즈니스다. 리뷰를 다른 이가 보고 좋다는 코멘트를 남겨주거나 클릭 반응이 좋으면 추가적인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보상은 보통 상품권, 포인트 형태를 띠며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다.

주기적으로 특정 광고를 시청하면 리워드를 준다든지, 운동으로 일정 거리를 걷고 나면 기부를 하거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든지, 나의 소비 내역 히스토리를 제공하는 데 동의해주면 이벤트 혜택을 준다든지, 상품 리뷰를 써주면 멤버십 등급을 높여준다든지, 나의 주행 정보 빅데이터를 공유해 주면 특별 포인트를 준다든지의 활동이 모두 X2E다. X2E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개개인의 빅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IT 업체, 자동차 업체, 금융 업체 등은 이런 소비자들의 빅데이터 기록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크다. 개인들은 이제 이 모든 것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수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개인 입장에서도, 광고주 입장에서도, 빅데이터가 필요한 업체 입장에서도 각각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X2E의 핵심이다. X2E는 다른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특별한 휴먼 리소스, 추가적인 시간 리소스, 대규모 금전적 투자가 필요치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내 제품이 더 많이 쓰일 수 있는 호환 Kit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전망에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의 출하량은 2025년까지 연평균 21% 증가할 것이라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보급이 이처럼 빠르게 이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존은 벽걸이형 스피커, 스마트 플러그 일체형 스피커, 어린이용 스피커, 로봇형 스피커 등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다. 이뿐만 아니라 50달러짜리 에코닷 같은 보급형 제품에도 적극적이다. 3개, 6개 에코닷을 패키지로 묶어서 판매하기도 한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최대 60% 할인된 20달러 초반대 가격에 스피커를 판매하기도 했다. 가격 공세, 물량 공세, 다양한 패키지 공세, 이벤트 공세를 퍼부으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일단 아마존 스피커를 접해본 사람이 많도록, 일단 아마존 스피커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알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익률은 낮더라도 첫 스텝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아마존 스피커를 각인시킨다.

그다음 순서는? 아마존은 다른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알렉사를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루트를 열어준다. 허들을 최대한 낮춰준다. AVS(Alexa Voice Service)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나 ASK(Alexa Skill Kit)를 제공한다. 음성 명령으로 아마존의 다른 디바이스를 통합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도 옵션으로 판매한다.

아마존은 자동차 회사도 적극 공략한다. AAS(Alexa Auto SDK)와 ACA(Alexca Custom Assistant)를 판매하는 아마존은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 개별 기업이 아마존의 음성 비서를 만들어서 쓸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서드파티(3rd party) 개발자들이 SDK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앱을 만들어 론칭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면 아마존은 어떤 이득이 있을까. 아마존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아마존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아마존을 쓰는 제품군이 넓어져서 시장이 확장되는 것을 아마존은 원한다. 호환이 되는 디바이스와 솔루션이 늘면 늘수록 아마존에 유리하다. 아마존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이는 플랫폼이 된다. 북적이는 플랫폼이 되면? 그렇다. 제품이나 솔루션 판매가 극대화된다. 양질의 사용자 빅데이터가 아마존에 쌓여서 아마존 제품을 개선할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제품이 그대로라면 새 인터페이스를 만든다이미 릴리즈된 제품이나 솔루션에는 또 다른 옵션도 있다. 제품이나 솔루션은 그대로 둔 채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인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뇌파’는 어떨까.

벤츠는 2021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뇌파로 제어가 가능한 미래형 콘셉트카를 소개했었다. 운전자 머리 뒤쪽에 장치를 부착하면 이 장치가 운전자의 뇌파를 읽는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여러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 운전자의 생각으로 자동차 주행속도, 주행경로, 차내 온도, 차내 조도, 내비게이션 조작, 엔터테인먼트 기기 활용 같은 모든 것이 제어된다. 그래서 이 차는 차 내부에 운전대, 버튼, 터치스크린, 다이얼 같은 것이 불필요하다.

뇌파를 이용한 제품 중 MIT에서 개발한 알터에고(Alterego)라는 웨어러블 장치도 있다. 이 제품은 사람의 얼굴과 턱 근육의 미세 전기 신호를 읽은 뒤 인공지능으로 사람의 생각을 분석, 해독한다. 해독한 뒤에는? 이것을 텍스트 및 음성으로 변환한다. 따라서 키보드나 터치스크린 없이 컴퓨팅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정확도나 일관성 면에서 보완이 필요해 계속 개발 중이지만 어찌하였든 이런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모한 짓을 반복하는 듯 보여도 고민 속에서 발견한 새 아이디어가 때때로 엄청난 결과와 차이를 낳는다. 끊임없이 시도하자. 원래 하던 루틴에서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