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성장시킨 제조업, 플랫폼·서비스업에 밀려 ‘인력난’
기술발전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제조업 청년 인력정책’ 필요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민간 및 정부소비가 늘어야 할 것이고, 설비투자 및 수출 등이 증가해야 한다. 이때 수출 증가는 제조업의 기여도가 크다. 지난 하반기에 수출이 다소 증가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지만, 그 수출 증가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상승에 힘입은 바가 크다. 결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수출도 증가할 것이고, 한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는 경고는 오래전부터 많이 나왔다. 특히 제조업의 인력 부족 심화, 또한 제조업 종사자의 노년층 비중이 커지면서 “제조업이 늙어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제조업 종사자의 연령이 높아지며 한국 제조업이 인구 추세처럼 고령화되고 있다. 제조업 종사자의 연령층을 살펴보면 20, 30대는 그 비중이 줄고 60대 이상은 늘고 있다. 그럼 제조업 종사하던 젊은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플랫폼과 음식점업 쪽의 청년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고용구조의 변화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제 청년층이 제조업보다는 플랫폼 종사나 음식점업 창업 등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집계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으로 약 80만 명이 플랫폼에 종사하고 있으며 종사자의 약 80%가 20~40대이다. 또 한 언론사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제조업 취업자는 54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7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20대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53만7000명에서 57만4000명으로 3만7000명 늘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를 넘어섰다.
그동안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으로 경제성장을 일궈왔고, 세계 10위권이라는 성과도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제조업이 늙어가고 있고, 그조차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산업으로의 쏠림현상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 기술이 아래 세대에 전수되고 시장 트렌드에 부응하며 혁신을 통해 발전해야 하는데, 청년들이 제조업을 회피하면서 기술축적이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제조업의 미충원 및 부족 인원은 각각 4만5000명과 13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부족이 국가적 과제인 오늘날, 정작 제조업에서는 인력 부족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산업에 따라 인력 미스매칭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 인력은 부족한데 정작 취업자는 운송·서비스업으로 몰리고, 60대 이상은 증가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으로 정부나 산업계 모두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제조 분야에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를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축적된 제조 기술의 가치화를 위해서는 국내 청년들이 제조업에 많이 종사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요원한 상황이다. 좋은 기술을 가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를 종종 듣게 되는데, 그 매각 이유를 들어보면 결국에는 인력 문제가 크다. 필요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그동안 제조업의 명성을 유지 및 발전시켜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개발(R&D) 투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산현장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청년층의 제조업 고용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층이 직장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근무환경이다. 이제 정부는 청년들이 제조업으로 돌아와서 ‘한국 제조업 어게인’을 이끌 수 있도록 제조업 청년 인력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