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우호적 관계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운항 중이던 일본 선박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띄운 장면.사진=한경DB
이란과 우호적 관계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운항 중이던 일본 선박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띄운 장면.사진=한경DB
유럽 경제가 홍해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이·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홍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로 인해 물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유럽은 아시아와 무역의 40%를 홍해 루트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나 대륙에 비해 홍해 리스크 영향을 크게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로존의 공급 시간 측정치(measure of supply times)는 지난달 52.2에서 48.6으로 떨어졌다. 50보다 낮으면 상품 공급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인데 1년여 만에 처음 50 이하가 됐다.

특히 영국이 51.3에서 43.1로 하락해 물류 대란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석유기업 셸(Shell)은 지난주 홍해에서 벌어지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선박이 공격받아 대규모 석유 유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운행을 중단했다. 앞서 영국의 또 다른 석유기업인 BP도 지난달 홍해 운항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해운업체들이 항로를 우회함에 따라 운임도 치솟고 소요 일수도 늘어났다. 유럽의 많은 컨테이너선이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대체 항로를 선택하면서 운송이 9일이 더 걸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대표적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최근 두 달간 106.6% 늘었고 전쟁 위험 보험료도 약 10배가 올랐다.

또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春節)를 한 달 앞두고 있어 중국과 유럽을 잇는 해상 물류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2~3주는 큰 운송 시즌인데 홍해 루트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물류 수급 시기를 맞추지 못할뿐더러 많은 소비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이번 혼란이 상품 가격을 0.7% 올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글로벌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에 0.33%포인트를 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근원 CPI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주목하는 지표다.

한편 지난 22일 미·영 연합군이 12일에 이어 두 번째로 홍해의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홍해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