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도쿄·오사카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일본거래소그룹(JPX)는 3300여 상장사에 “PBR이 1을 밑도는 경우, 주가를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여 PBR 1미만 상태가 유지될 경우, 2026년 상장폐지 목록에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을 의미하는 말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작으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해당 기업들은 PBR 현황 분석,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 방안 등을 기업지배구조에 기재해 주가 부양 역량을 강화에 집중했다. 이에 발맞춰 일본거래소그룹도 이달 처음으로 구체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했고 매달 진행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22년 말 기준 51%에 달했던 일본 프라임 시장 상장사 중 PBR 1미만 기업 비중은 작년 말 44%로 줄었다. 증시도 순조롭게 오르는 중이다. 올해 33,000대에서 출발한 닛케이 종합지수도 지난 22일 36,546에 마감하며 ‘거품(버블) 경기’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일본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올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증시 저평가 해소와 상장사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상장사 업종별 PBR 비교 공시를 시작한다. PBR 1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기업이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편 일본 기업과 경제 상황이 한국과 달라 국내 증시에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PBR 개선책은 마이너스 금리 유지를 통한 양적완화, 기업 내 높은 자산 유보율 등이 받쳐줬기 때문에 주효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장사는 5곳 중 3곳이 PBR 1을 넘지 못하는데 공시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부실기업 낙인을 찍어 투자자에게 나쁜 주식으로 각인되고 기업 입장에서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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