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DALL·E 2024-02-01 123904 - An illustration depicting a political scene in South Korea during the April parliamentary election period The image should show various politic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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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남발 아니에요?”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책공약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정책 경쟁’은 좋지만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도 깃든다. 저출생부터 부동산까지 유권자의 민심 구석구석을 파고든 여야 지원금 정책을 비교했다. ① “신혼부부 1억 준다” 저출생에 퍼주기 공약“결혼·출산·양육 망라하는 획기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했습니다. 모든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18일 파격 공약을 내세웠다.
신혼부부에 1억, 연 10% 재형저축 재등장?…춤추는 총선용 포퓰리즘 [비즈니스 포커스]
결혼 10년 차까지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분향전환 공공임대 아파트를 지원하고, 청년층에는 ‘결혼·출산 지원금’을 지급하고 모든 신혼부부 가구에 10년 만기로 1억원씩 빌려준다는 자산 지원책도 함께 담았다. 이후 첫 자녀 출생 시 ‘무이자 전환’, 둘째 출생 시 ‘무이자 전환·원금 50% 감면’, 셋째 출생 시 ‘무이자 전환·원금 전액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8살부터 17살까지 월 20만원씩, 펀드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만원씩 정부가 준다는 현금성 공약까지 포함됐다.

모두 더해 연간 28조원 규모다. 2~3자녀 출산 시 24~33평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보듬주택에 4조원, 신혼부부 1억원 대출 등 결혼·출산 지원금에 5조원, 키움카드·자립펀드에 18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정부가 투입한 연평균 저출생 예산과 같은 규모다. 민주당 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연간 저출생 예산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저출생 공약으로 맞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민주당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책의 상당수는 사실상 재원 확보나 실현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또 다른 저출생 공약으로 환기했다.
신혼부부에 1억, 연 10% 재형저축 재등장?…춤추는 총선용 포퓰리즘 [비즈니스 포커스]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저출생 대책을 총괄하고, 아빠들에게 1개월 출산 유급휴가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육아휴직은 신청만 하면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개시되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자녀가 아프면 돌볼 수 있도록 연 5일의 돌봄 휴가도 주기로 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또 새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 지원을 위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매 학기 월 5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공약 등도 발표했다. 늘봄학교를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무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단 내년까지 초등학교 1학년생에 대해 무상으로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오는 2027년까지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세부 내역은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약 3조원 안팎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지만 현금성 지원 및 돌봄 비용 등은 제외된 규모다. 여기에 아빠들의 유급휴가나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은 기업의 재원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실상 직간접적인 전체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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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전국 철도 지하화”…꽉 잡아, 부동산 표심“광역급행열차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권역에 전부 도입해서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할 것을 약속드린다.” 1월 31일 국민의힘은 경기도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원시에서 이러한 내용의 ‘구도심 함께 성장’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는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하화로 만들어지는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예가 수원시다. 수원시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팔달구와 장안구가 동서로 갈린 도시다. 한 위원장은 “철로로 인한 도심 단절은 소외고립 지역을 양산하고, 기형적 교통체계로 상습 정체가 발생하는 등 도시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14.6km 지하화에 드는 사업비는 8조700억원 상당이다. 이는 경부선 대구 구간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철도지하화에 대한 구체적 재원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지상부의 부동산 개발 이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철도 지하화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전국적으로 본다면 재원 문제는 그렇게 크게 보지 않는다”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편익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투자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아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는 “모든 공약은 총선용”이라며 “하나의 모델로 이뤄진다면 해결될 수 있다. 전국적으로 간다면 이뤄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민들의 편익이 너무 크지 않느냐”고 했다.

민주당도 한 위원장이 꺼내든 수원 구도심 철도지하화와 유사한 수도권 전철 지상 구간 지하화를 총선 공약으로 2월 1일 발표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지상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경인선과 경의중앙선, 경원선 등 모든 철도의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이다. 이 역시 추정 사업비가 40조원에 이르는 데다 당 안팎에서 총선용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한 위원장은 1월 31일 “서울권으로 편입되는 ‘메가시티’ 이론과 경기도 시민의 생활 편익을 위해 경기도를 분할해야 한다는 부분 둘 다 공감한다”며 “단순히 ‘동의한다’가 아니라 행정력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른바 ‘서울시 김포구’로 불붙은 메가시티와 경기도 분할 논쟁을 총선용 정책으로 다시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경기도의 생활권 재편을 논의할 당내 태스크포스 구성을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헛공약’이라고 맹비난에 나섰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울·김포 통합은) 행안부 검토도 안 되고 주민투표는커녕 입법 시도조차 좌초되었던 사안”이라며 “총선에서 유권자만 현혹시킬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인가. 정말 뻔뻔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③ “연 10% 재형저축 재도입?” 재원 부족은 남일1995년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폐지된 재형저축도 이번 총선 공약에 재등장했다. 국민의힘은 1월 30일 총선 3호 공약으로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을 재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개발본부는 “2030 청년층 자산 형성과 4050 중장년층 노후 준비 등을 위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재형저축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인 1976년 도입 당시 연 10%가 넘는 높은 금리를 제공해 ‘신입사원 1호 통장’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재형저축은 1995년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폐지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부활했으나 다시 같은 이유로 2015년 판매종료됐다. 국민의힘은 다시 도입하는 재형저축은 최근의 고금리 상황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특히 소득기준, 자격제한 등 가입 문턱은 낮추고 기간을 중장기로 선택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도 연간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제도에서 초과분은 9.9% 분리과세를 하고 있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다양한 금융 상품을 운영하면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통합계좌를 뜻한다. 서민형의 경우 직전연도 총급여 5000만원 또는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가 대상자다.

혜택 대상자는 많지만 역시 걸림돌은 재원 마련이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부족’을 기록한 가운데 재형저축과 ISA 비과세 혜택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세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 밖에 민주당이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간병비의 건강보험 적용, 군 장병의 당직근무비 인상, 경로당 주 5일 점심제공 등 남녀노소 모두의 표심을 잡을 공약들이 차고 넘친다. 이재명 대표는 1월 31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편지원책까지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 교육비 무상화 방안을 제안했다. 재원 확보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재원은 향후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총선용 정책에 대해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포퓰리즘과는 과감히 결별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날세우기에는 항상 재원이 꼬투리로 잡혔다. 한 위원장은 “(출생기본소득)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건가. 과거 본인이 했던 것처럼 법카(법인카드)를 돌리겠다는 거냐”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정부·여당이) 선거 때가 되자 재정 건전성은 내팽개치고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