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국회 소통관에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가 놓여 있다. /한국경제신문 김병언 기자
1월 30일 국회 소통관에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가 놓여 있다. /한국경제신문 김병언 기자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지난 3년 사이 주요 시중은행은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인 ELS를 대거 팔아 약 7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의 책임론과 함께 ELS 판매를 금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소비자 선택권 침해 입장을 밝혔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2021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은 모두 6815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H지수가 12,000을 넘어 최고점을 찍은 2021년 관련 ELS의 판매 호조로 2806억9000만원의 이익을 냈고, 2022년과 작년(3분기까지 누적)에도 각 1996억9000만원, 211억9000만원을 남겼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팔아왔다.

은행 몫의 수수료는 ELT의 경우 보통 판매액의 1%, ELF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판매액의 각 0.9%, 0.7% 수준이다. 은행은 3년간 주로 ELT 판매에 몰두해왔다.

은행은 수천억대 ELS 수수료 이익을 남겼지만, ELS 가입자의 상당수는 투자 수익은커녕 원금 회수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문제가 된 홍콩H지수는 올해 상반기 만기가 집중된 H지수 ELS로, 2일 현재 H지수(5,219)는 2021년 당시 고점(약 12,000)의 절반을 밑돌면서 대규모 손실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모두 7061억원어치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3313억원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1%에 달한다.

H지수가 5,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에 육박한다. 만약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H지수 ELS의 손실이 임박하자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해 11월 관련 ELS 판매를 중단했고, 지난주에는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기초자산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ELS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이미 작년 10월 초부터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ELS를 팔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 해결에 고심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홍콩H지수 관련)ELS 판매사 현장점검을 다음 주에 마무리하고, (설 연휴 지난) 오는 15일이나 16일에 2차 검사를 할 것”이라며 “이번 달 중에 금융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배상안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ELS 판매를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데 전면금지를 하면 대면 금융거래가 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면서 PB(프라이빗뱅킹)나 WM(자산관리) 센터 등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금융당국 책임론에 대해서는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는지, 금융사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는지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게 저희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