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는 1년에 두 번 합본호를 냅니다. 추석과 설날 2주치를 한꺼번에 낸다는 말입니다. 기자들은 이때 약간은 숨을 돌릴 여유를 갖습니다. 물론 온라인 기사도 써야 하기 때문에 마냥 맘이 편할수 만은 없지만요. 이 정도로는 좀 아쉽다는 독자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한경비즈니스 편집진은 올해 썼던 기사 가운데 ‘시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기사들을 추려봤습니다. 공부해두거나 읽어두면 상식이 되거나,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기사입니다. 이를 한곳에 정리했습니다. 연휴 기간 영상에서 벗어나 활자의 세계로 눈을 돌린 독자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사진=테무 홈페이지
사진=테무 홈페이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인식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했다. 싸지만 그만큼 품질도 좋지 않은 제품.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이 라벨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동반했다.

마음에 드는 제품도 원산지가 중국이면 조용히 제자리에 내려두는 일이 다반사였다. 중국 상무부는 2000년대 후반 미국과 유럽 주요 매체들을 중심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 광고까지 했다. 자국 제품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이 같은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중국 플랫폼들이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중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주효했다. 무료 배송을 포함한 파괴적인 가격은 품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했고, 이들의 영향력은 중국 밖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의 소비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중국의 플랫폼 빅4로 불리는 쉬인, 테무, 알리, 틱톡샵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국을 발판 삼아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플랫폼, 미국서 ‘공룡’ 됐다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매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1조781억 달러(약 1407조원)로 집계됐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특히 11월 마지막 주 시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만 10조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24일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98억 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그 중심에는 초저가 상품 기반의 ‘테무’, 패스트패션 ‘쉬인’, 틱톡의 인앱 쇼핑 서비스 ‘틱톡샵’ 등 중국 플랫폼이 있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증가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영향”이라며 “이들 기업은 대규모 할인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 아마존과의 격차는 크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쉬인과 테무는 미국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율은 평균 20~30%, 최대 50% 수준이지만 쉬인과 테무는 ‘90% 할인’을 내세웠다. 여기에 △기간 한정 추가 세일 △추가 보너스 쿠폰 △첫 구매 고객 특별 쿠폰 등의 혜택도 추가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CNBC는 “틱톡,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앱들이 미국에서 뜨고 있다”며 “이들은 아마존, 월마트, 타겟 등의 점유율을 빼앗고, 블랙프라이데이의 새로운 거인이 될 수 있다. 테무와 쉬인은 공격적인 할인율, 틱톡샵은 틱톡을 활용해 바이럴 비디오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월 미국 내 쉬인 홈페이지 방문자는 월 기준 2860만 명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7.25% 증가했고, 테무는 1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4200만 명을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는 테무의 미국 월간활성사용자수(MAU, 2023년 9월 기준)는 6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 중국 관세청(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 간 전자상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9.8% 늘어난 2조11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비중은 일본(11.6%), 미국(11.1%), 한국(6.7%)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품 무역에서 국경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에서 5%로 증가했다.
그들은 어떻게 미국인들의 쇼핑카트를 차지했을까[놓치지 말아야할 한경비즈니스④]
웨딩드레스로 시작한 쉬인, Z세대 ‘최애 앱’으로쉬인은 검색엔진 최적화(SEO) 전문가인 쉬양톈(크리스 우)이 2008년 설립한 패스트패션 회사로, 수천 개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중국 난징에서 설립됐지만 현재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패스트패션은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는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의미로, 최신 유행을 빠르게 적용하고, 저가와 대량생산이 특징인 의류를 뜻한다. 유니클로가 대표적 패스트패션 브랜드다.

쉬인의 시작은 ‘웨딩드레스’였다. 설립 초기 ‘ZZKKO’라는 이름으로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 웨딩드레스 사업을 전개했다. 당시 중국산 저가 웨딩드레스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자 쉬양톈도 해외 고객을 타깃으로 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통상 웨딩드레스는 신부가 계약한 업체에서 대여하는 방식이지만 가격은 구매비 못지않게 비싸다. 여기에 계약한 업체에 원하는 디자인의 드레스가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 중국산 웨딩드레스는 대여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원하는 디자인까지 고를 수 있어 북미, 유럽, 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얻었다. 쉬양톈의 회사도 웨딩드레스 사업으로 수익을 냈다.

고객들이 모이면서 사세가 확장되자 쉬인은 그해 ‘쉬인사이드’로 사명을 변경하고, 여성복 사업을 시작했다.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 직송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것은 쉬인의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 모델은 재고, 창고 비용 등의 부담이 없어 플랫폼 입장에서는 비용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쉬인은 판매자로부터 사진을 받아 홈페이지에 올리기만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모든 작업은 판매자가 처리했다. 2012년부터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쉬인은 이때까지만 해도 패션 브랜드를 위한 플랫폼에 불과했다. 쉬인은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직접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되기로 결정하고, 2013년 100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자체 디자인을 내놓기 시작한 쉬인에 대한 고객 평가는 긍정적이었고, 2016년에는 자체 디자이너를 800명까지 확대하며 PB(Private Brand) 제품 생산에 집중했다.

사명을 ‘쉬인’으로 확정한 것은 2015년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자가 몰리자 창업자 쉬양톈은 쉬운 검색을 위해 도메인명을 기존 ‘쉬인사이드’에서 ‘쉬인’으로 줄이고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7년 쉬인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진출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에서 빠르게 입지를 강화하며 현지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앱 중 하나로 올라섰다. 팬데믹 기간 미국 사용자의 검색 관심도에서 H&M과 자라를 제쳤다. 유로모니터는 “쉬인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쉬인이 무명에서 벗어나 패스트패션의 지배적인 플레이어이자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온라인 쇼핑처가 되기까지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쉬인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른 수준”이라고 전했다.

쉬인의 성공요인은 △다양한 선택지 △저렴한 가격 △생산량 조절을 통한 재고 최소화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으로 꼽힌다.

선택 가능한 사이즈는 XXS부터 4XL까지 9개에 달하며, 고객이 제품별 사이즈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나의 사이즈 확인’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키, 나이, 몸무게, 배의 모양, 골반의 모양 등을 입력하면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최적의 사이즈를 권장하는 방식이다.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의류는 5~10달러, 액세서리는 3~5달러 수준이다. 할인 기간에 구매할 경우 의류도 5달러 이하로 구매 가 가능하다. 자라, H&M과 비슷한 제품을 쉬인에서 사면 7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신상 제품도 하루 500개 이상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쉬인의 저가 정책은 중국 기반의 공급망 활용, 온라인 기반 운영방식 등의 영향이다.

IT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1020세대를 확보하기에 적당한 가격대”라며 “어린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틱톡)에서 좋은 가격으로 마케팅을 하는 게 이들의 성공 비결”이라고 전했다.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쉬인은 새로운 제품에 대해 일부 소비자 피드백을 듣고, 생산 규모를 결정한다. 최소 생산 수량은 100개부터다. 경쟁사가 특정 제품에 대해 최소 500개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패스트패션 기업이지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쉬인은 “현지 공장과의 두터운 신뢰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도 주효했다. 쉬인은 틱톡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쉬인 하울(Shein haul)’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모았다. 하울이란 제품 구매 후기를 온라인에 공유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언박싱(unboxing, 제품이 담긴 박스를 뜯는 콘텐츠)’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쉬인에서 수천 달러 이상의 제품을 대량 구매한 영상, 쉬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착용하는 영상 등을 제작하며 미국 내 1020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UBS 에비던스 랩에 따르면 쉬인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이면서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패션 앱으로 집계됐다.

UBS는 “쉬인 고객의 평균 연간 소득은 6만5300달러(약 8500만원)이며 이들은 쉬인에 월평균 100달러(약 13만원)를 지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고객은 MZ세대지만 전체 고객의 평균 나이는 34.7세”라고 분석했다. 쉬인은 설립 14년 만인 지난해 1000억 달러(약 140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스웨덴 SPA 브랜드 H&M과 스페인 브랜드 자라를 합친 것보다 높다.

쉬인의 다음 목표는 기업공개(IPO)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 11월 27일(현지 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IPO를 신청했다. 상장 주관사로는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모간스탠리 등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상장 시점은 2024년으로 예상된다. 쉬인은 IPO를 통해 최대 900억 달러(약 116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쉬인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테무, 1년 만에 키운 몸집쉬인만큼 위협적인 또 다른 플랫폼은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가 지난해 9월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선보인 초저가 앱 ‘테무’다. 앱 명칭은 ‘여럿이 함께, 가격은 낮게(Team Up, Price Down)’를 줄여 만들었다. 패션, 가정용품, 장난감, 전자제품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브랜드가 없는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테무는 전 세계 23개국에 진출했지만 그중에서도 철저하게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 출시된 지역이 미국인 것도 본사를 보스턴에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테무는 출시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미국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앱’으로 등극했고, 출시 1년 만인 지난 10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으로 올라섰다. 미국 내 MAU는 올해 5월 1억 명을 돌파했다.

타임지는 지난해 12월 “불과 4개월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앱이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됐다”며 “중국 공장이나 창고에서 배송되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테무의 인기가 계속될 경우 미국 소매업체와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테무의 미국 성공은 △저렴한 가격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공격적인 할인 △단체쇼핑 전략 △앱 내 오락 기능 등의 영향이다.

우선, 낮은 가격과 무료 배송이 핵심이다.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차처럼 쇼핑하라’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의미다. 의류는 1~5달러, 전자기기는 5~15달러 등으로 제품의 기본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 다른 플랫폼 가격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무료 배송, 첫 반품 무료 등의 추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신규 고객에게는 0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할인 폭도 크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테무는 인기 제품을 최대 90% 할인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구글에서 테무를 검색하면 ‘테무는 왜 이렇게 저렴한가요(Why is Temu so cheap)’ 등의 질문이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다. 테무 역시 쉬인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 운영비 등 필요 없는 비용을 제거해 가격을 낮췄다.

여기에 테무는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추천인 가입에 따른 적립금 제도 등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와 유사한 가입 마케팅을 펼쳤다. 예를 들어 특정 사용자가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 등 주요 소셜미디어 계정에 테무 가입 링크를 올리고 SNS 친구가 해당 링크를 통해 가입을 하게 되면 링크를 게재한 사용자에게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적립금이 주어진다. 물론 신규 가입자에게도 적립금이 제공된다.

Z세대 고객을 빠르게 확보한 또 다른 이유는 ‘게임 기능’이다. 테무는 어린 고객들이 앱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앱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미니 게임을 이용하면 적립금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국 기업들, 왜 ‘미국’을 노렸나이들이 미국을 타깃으로 삼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관세’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 관세 정책의 허점을 노린 결정이다. 현재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800달러(약 105만원) 이하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2015년까지는 무관세 허용 기준이 200달러 수준이었지만 2016년 3월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 기준을 800달러로 확대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제 수혜는 중국 기업이 받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하원이 발표한 중국 관련 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소형 택배 30%는 쉬인과 테무에서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의 이커머스 플랫폼 ‘틱톡샵’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이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인기를 끌며 전 세계 시장에서 ‘해외직구 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4개 기업 중 가장 늦게 미국으로 향한 곳은 틱톡샵이다. 틱톡은 지난해 11월부터 앱에서 이용 가능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틱톡샵’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했고, 올해 9월 미국에서 공식 론칭했다.

틱톡의 강점은 1억5000만 MAU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1억 명 수준이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것으로, 미국인 3명 중 1명은 틱톡을 사용하는 셈이다.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정글스카우트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68%는 틱톡샵에서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용자 기준으로는 49%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현지 관심도 뜨겁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틱톡샵이 드디어 미국에 왔다”며 “출시 직후 이미 20만 명의 판매자를 확보했고 10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를 모집한 상태”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틱톡샵 판매자 90% 이상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틱톡샵은 쉬인과 아마존의 새로운 도전자”라고 평가했다. ‘유통 판도가 바뀐다’ 혹은 ‘곧 끝난다’800달러 이하 무관세 정책을 십분 활용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영국 패션전문지 BoF는 “중국은 오랜 기간 다양한 소비재의 주요 수출국이었고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며 “동남아, 북미, 유럽에서 테무, 틱톡샵 등의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방 지역까지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가성비 전쟁’이 촉발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쇼핑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BoF는 “이전까지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마진이 높은 품목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며 “중국 업체들의 등장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소비자 선택은 물론 시장 자체가 저가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의 사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익분기점(BEP)보다는 사용자 유치와 매출 경신 등에 집중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까닭이다. 또 과도한 마케팅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무의 마케팅·판촉 비용은 분기 기준 5억 달러(약 6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테무의 미국 주문의 손실률은 30%, 전 세계 주문 기준으로는 평균 4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매체는 “이런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은 의제로 상정되지도 않았다”며 “언제 이익을 낼지 내부 목표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매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전략컨설팅업체 웨이블릿 스트레티지의 창업자 아이비 양은 “테무와 쉬인의 등장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 산업의 광고비 증가로 이어졌다”며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이며 향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오히려 품질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미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의회 청문회에서 “관세 기준을 높인 것은 중대한 실책이었다”며 “매일 200만 개의 소포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관세 기준을 100달러로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자국 소매업체들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관세 정책을 강화한다면 중국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저가 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쉬인, 테무 등은 한국에서도 저가 정책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 중이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빠르게 성장해 직구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직구 점유율은 26% 수준이다. 지난 8월에는 역대 최대 사용자(551만 명, 와이즈앱 기준)을 기록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 4위로 올라섰다. 3위인 G마켓(605만 명)과의 사용자 격차는 54만 명 수준으로 좁혀졌다. 최근 쉬인이 국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늘리고 있어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쉬인이 한국에서 영향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며 “알리가 처음 한국에 진출할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30세대보다는 10대 사용자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리도 처음에는 견제 대상이 아니었는데 지금 어떻게 됐는지 보라”며 “10대들의 최애 앱이 됐다. 쉬인이 아직 견제할 정도는 아니지만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