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는 한·미 간 국가별 디커플링이 두드러지더니 최근 들어선 코스피와 코스닥의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코스피와 코스닥이지만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코스피의 반등세가 뚜렷하다.
반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은 코스피시장에 포진해 있어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상대적으로 사그라들었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8일부터 2월 14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7.39% 상승한 반면, 코스닥 지수는 1.54% 소폭 올랐다.
양대 지수의 격차가 벌어진 건 정부가 1월 17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 1배 미만의 저평가된 상장사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유도해 기업가치를 높이게끔 하겠단 취지에서 마련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유인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프로그램에는 상장법인이 PBR,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공시하고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 발표된다.
프로그램 도입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코스피시장의 저PBR주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PBR을 해소하는 것이 취지인 만큼 우선 저PBR 업종에 주목한 것이다. PBR 1배 미만 업종 중 ROE가 높은 업종으로는 자동차(12.6%), 증권(11.4%), 필수소비재(9.3%), 운송(9.0%), 에너지(8.8%), 은행(8.8%), 보험(8.7%), 통신서비스(8.2%) 등이 꼽힌다.
코스피시장의 저PBR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일부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선 ‘PBR’이 ‘피바람’의 약자가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랐다. 코스닥시장에도 저PBR 종목이 있지만 2차전지·바이오·게임 등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성장주가 주로 포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PBR이 높고 자산이 적은 코스닥 종목들은 저평가와는 거리가 있다고 시장이 받아들였단 해석이다.
당국은 이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 전부가 아닌, 일부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한해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유가증권시장에만 한정돼 적용될 예정이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은 전체 20%, 코스피는 60~70%가 PBR 1배 미만 기업으로 코스피가 더 저평가됐단 인식이 더 강하다”며 “코스닥은 개인이, 코스피는 외국인·기관 참여도가 높은데 외국인은 우리나라 증시의 저평가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책의 실제 내용과 관계없이 정책 모멘텀 자체로 기대심리가 유입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 세부내용 발표까지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며 “2~3월 동안 옥석가리기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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