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본격적으로 이를 반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정부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서며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증원 찬성하는 간호협회와 난감한 지방대 ... 긴장감 도는 의료계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1998년 신설된 제주대 의과대학 이후 27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당시 의대 정원은 3천507명이었으나, 2006년 의약분업으로 인해 3천58명으로 축소된 이후 현재까지 동결돼 왔다.

의사 수는 부족하다 (정부입장)
인구 고령화와 지역 간 인구 이동에 따른 의료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의사 정원 증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소아과 오픈런으로 알려진 의료 수급 체계의 고질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고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늘어나게 될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이유다.

지난해 충북 청주의 한 민간 병원은 연봉 1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지원하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의사들이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 데다 의사가 부족해 근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을 각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인재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해당 비수도권 대학의 소재지 지역에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다녀야 한다.

의사 수는 충분하다 (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회원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0~17일 설문 조사한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응답자 4010명 중 3277명(81.7%)은 반대했고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 가운데 1517명은 ‘이미 인력이 충분하다’(46.3%)고 답했다.

의사협회는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릴 경우, 수도권 의사 과잉 사태가 벌어 질 수 있으며, 정원을 늘리기 보다 현재 의사들을 재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급하게 증원을 하게 되면 교육 인프라와 자원의 부족으로 양성 과정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고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특정 과 기피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원 찬성하는 간호협회와 난감한 지방대
10일 오전, 대한간호협회는 '의료개혁 적극 지지 및 의료정상화 5대 요구사항 추진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증원' 지지를 선언했다. 간협은 "국민들은 의사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병원의 간호사가 쓰러져도 의사가 없어 수술조차 받지 못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라며 지난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당시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가 결국 숨진 사례를 일례로 들었다. 간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의사단체에 의료인의 책무와 본분을 저버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지방 의대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낮은 일부 지역의 의대는 지역인재를 늘릴 경우 수능 2등급의 학생도 의대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어, 학업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입학할 경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갈등이 큰 문제인 만큼 세부 실행 계획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양측 모두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더 나은 의료계와 사회를 위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미정 기자 hmj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