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신문
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의 초기업 노동조합(초기업노조)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초기업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 컨퍼런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여한 지부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노조(5월 가입 예정)다.

출범일 기준 초기업노조에 소속된 삼성맨은 1만5800명 수준이다. 5월 삼성전기 존중노조(2100명 추산)가 지부로 편입되면 총 규모는 약 1만7900명으로 현재 삼성그룹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1만6600명)의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초기업노조 측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규모보다는 조직률 측면에서 우리가 교섭 우위를 점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본다”며 “현재 초기업노조에만 조직률이 과반 이상인 노조가 2개(삼성화재, 삼성바이오)이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와 삼성전기 존중노조도 20%의 조직률, 삼성전자 DX노조 역시 10%의 조직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타 계열사 노조보다 각 사 사정에 맞는 교섭에서 우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는 각 계열사 별 실정에 맞는 임직원 복리후생 증진을 목표로 ‘따로 또 같이’ 행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홍광흠 초기업노조 총위원장(삼성화재 리본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그룹 또는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라는 이름으로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 구조, 사업 이익과는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고 있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해 개별 계열사의 노사관계 자주성을 확립하고 동등한 관계 하에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 사의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 측은 그룹, 특히 삼성전자의 그림자 아래 각 계열사가 최대 실적을 달성해도 성과에 걸맞은 이익 배분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업지원 TF로 대두되고 있는 그룹의 임금협상 ‘콘트롤타워’가 각 계열사의 노사 협상에 깊게 관여하면서 비독립적이고 불합리한 노사 협의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유하람 초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6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삼성전자와 같은 임금인상률(4.1%)을 적용받았다”며 “복리후생 공통 가이드라인 역시 임직원들의 실정에 맞지 않는 항목들이 많아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존 노조들의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해 상식적이고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홍 위원장은 “초기업노조의 목표는 그룹 콘트롤타워로부터 벗어난 계열사별 독립적인 노사 협상이기 때문에 여타 통합노조와 달리 공동요구안 등을 만들지 않고 각 지부의 자율적인 협상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근로자기 때문에 결국 회사가 잘돼야 우리가 잘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호출 등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공감과 존중을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노동 문화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