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면죄부 받은 CJ ENM 구창근, ‘선수 탓’ 책임전가 클린스만 닮은 꼴
CJ그룹이 이례적으로 늦은 임원 인사를 지난 16일 단행한 가운데 교체설이 돌았던 CJ ENM 구창근 대표가 유임돼 적자를 내고도 면죄부를 받았다.
19일 회사에 따르면 CJ그룹 인사 원칙은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로 알려졌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을 성공적으로 이끈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가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신상’만 남고 구창근 면죄부로 인해 ‘필벌’은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구창근 대표는 2022년 10월 CJ ENM 대표이사에 취임하자마자 일방적인 직원 자르기를 통해 국정감사 증인으로까지 불려나가기로 했던 인물이다. 해외 순방을 이유로 국정감사행은 용케 피했지만 무리한 해외 콘텐츠사 인수와 OTT 적자 탈출을 인력 감축을 통한 군살빼기로 해결해 ‘선수 탓’으로 일관한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도 닮은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구 대표 취임 이후 CJ ENM은 불화설이 불거진 축구 국가대표팀과 같이 회사 내부 분열이 심화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업 익명게시판 사이트에는 조직슬림화를 위해 팀을 합쳤지만 기존 팀장이 파트장으로 내려가면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팀장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불만이 다수 제기됐다. 보직을 잃고 정작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할 ‘고인물’들이 앞장서서 칼을 휘두르고 휘하 조직 내 퇴사 리스트를 만들어 직원들을 내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반기에만 10억 원이 넘는 보수를 챙긴 구 대표의 행태도 거액의 위약금을 챙기고 ‘먹튀’ 비판을 받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 떠오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창근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급여 4억2500만원과 상여 6억6500만원을 합쳐 총 10억90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이 중 상여 6억6500만원은 신규 대표이사 영입 명목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새로운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역할과 책임 등이 무거워지다 보니 이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지만 실적과 기업분위기, 폭망에 가까운 영화사업 등을 고려하면 구 대표가 급여 외에 6억원이 넘는 돈을 선입금 받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CJ ENM이 내놓은 연간 실적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
CJ ENM이 공개한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3년 잠정 매출액은 4조368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8.8%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146억원 손해를 봐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1373억원 흑자에 비해 1519억원 빠진 수치다.
물론 이번 대표이사 유임에 대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돼 아직은 더 지켜보자는 시각이 존재했다는 분석도 있다. 구 대표 유임에 따라 리더로서의 적자 책임을 지고 상여를 반납하거나 급여를 삭감할지 관심거리다. 올해 3월 확정 발표되는 CJ ENM 2023년 연간 실적에서 구 대표가 상반기 10억 9000만원 포함 하반기까지 총 얼마를 받아갔는지 궁금한 이유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