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한국경제신문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한국경제신문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하자 의료계가 집단 반발에 나서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빅5 병원에서는 수술대란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암수술, 출산, 뇌종양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건강검진이나 조직검사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염려하는 글들도 다수 확인됐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Big)5′ 병원 중 하나에서 오는 20일 입원 예정이었다는 한 뇌종양 환자는 환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18일 커뮤니티에 "수술 일자가 가까운 사람들은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일도 한 달 전에 정리하고 모든 일정을 뇌종양 수술에 맞추고 멈춰둔 상태였는데, 무기한 미뤄진다니 당장 경제적인 문제부터 걱정된다”고 썼다.

유방암 커뮤니티에서는 20일 수술을 앞뒀던 한 환자가 "방금 전 유방외과 과장에게 수술 연기 전화를 받았다"며 "환자를 대상으로 실익을 얻으려고 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밝혔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이날 오전 현재 4년 차를 제외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모두 사직서를 냈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전공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이미 다수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하고 있는 만큼,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해 진료과별로 중증도와 응급도를 고려해 최소한으로 진료, 수술 일정 등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이날 오전 현재 대전을지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이 정오를 전후해 병원 측에 전공의 95명 중 42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북대병원 전공의 189명 전원도 '빅5' 병원 전공의들의 동향에 맞춰 움직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23개 병원에서 총 7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해당 사직서를 실제로 수리한 의료기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서 의료법 및 전문의 수련규정 등에 따라 전국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의사집단행동 관련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비대면 진료 폭을 확대하겠다"며 "파업 시에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을 추진하고 동네 문 여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률에 규정된 원칙에 따라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실제 행동에 들어가는 오는 20일 현장을 점검해 근무하지 않는 인원들에게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