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피해자 취업 막은 사례 공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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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판매 대리점 영업사원 A씨는 소장의 갑질에 항의하는 건의사항 서류를 만들었다가 쫓겨났다. 대리점 협회 규정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 1년이 끝난 후 재차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쿠팡이 취업제한을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직장갑질119가 비슷한 취업방해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어린이집 직원은 "원장이 저와 면담하며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 바닥 좁은 거 알지 않냐'라는 협박 발언을 하며 퇴사를 종용했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회사에서 자진 퇴사를 강요했다"면서 "앞서 사직한 사람이 이직할 회사에서 연락받았는데, 그 사람은 불합격됐고 앞으로도 이 바닥에 못 들어올 거라고도 했다. '면접을 보면 사장 귀에 들어갈 것' '이 바닥이 좁으니 조심하라'는 말은 취업을 방해하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협박해 신고 철회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12월 직장갑질119에 "부장에게 이전 팀장의 괴롭힘 사실을 털어놓자 오히려 '이 학교에서 그만 일하고 싶냐'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 말을 듣고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면담 내용을 비밀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괴롭힘을 신고하며 사직 의사를 밝히자, 사측에서는 저를 다그치며 소송이라도 할 듯 겁줬다"며 "'업계도 좁고 포지션도 넘나들기 때문에 이직 후에 평가가 좋을 것 같으냐' 등 신고자가 이직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할 듯 위협을 해왔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피해자들은 일터에서 겪는 부당함이 다음 일터를 구하는 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특히 노동자는 사업주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는지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방해금지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돼야 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에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물류센터 노동자 1만6450명의 채용을 막고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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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