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막을 내린 CES 2024에서 확인한 가장 확실한 메가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 개막’이다. 생성 AI 혁명 이후 비즈니스와 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하나?’ 많은 이가 궁금해한다. 이번 CES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7개의 투자 유망 기업을 추렸다.
엔비디아(Nvidia)
티커명 NVDA
엔비디아 없이 4차 산업혁명 없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기업이 아니다. 생성 AI 붐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모두를 선두에서 이끄는 기업이다. 미래 산업의 주도 기술이 모바일, PC를 벗어나 AI, 자율주행차, 슈퍼 컴퓨팅, 심지어 가상현실에 비트코인까지 다변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엔비디아라 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강점은 생성 AI 붐의 초기 인프라 수혜를 사실상 모두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가는 생성 AI를 구동하기 위한 하이퍼 컴퓨팅 시장의 반도체 수요 90% 정도를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AI 특화 하드웨어인 GPU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s),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해 AI 개발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생성 AI 열풍을 이끌고 있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AMD와 같은 경쟁자가 진입하고 있지만 월가 역시 생성 AI와 관련된 하이퍼 컴퓨팅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가 가진 지배적인 위치가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23년 11월 열린 오픈AI의 첫 개발자 회의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23년 11월 열린 오픈AI의 첫 개발자 회의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 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
티커명 MSFT
AI의 유일무이한 수직적 통합이 가능한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생성 AI 열풍을 시작한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배후에 있는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파트너십은 단연코 현재 시장에서 AI와 기술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최대 주주이자 초기 투자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해임 사태 당시 올트먼을 전격 영입해 그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AI에 있어 업계에서 유일무이한 ‘수직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챗GPT를 통해 AI 소프트웨어를 이끌고 있고 이를 자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윈도와 오피스에 AI 에이전트 ‘코파일럿’으로 통합하고 있다. 코파일럿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윈도 이후 가장 큰 컴퓨팅 혁명으로 제시할 만큼 큰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그나이트 2023을 통해 엔비디아의 생성 AI에 특화된 반도체 칩인 A100과 H100 GPU와 경쟁하는 AI 칩인 애저 마이야 100 AI 가속기를 발표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칩과 비교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칩을 통해 구글의 자체 AI용 텐서 칩과 아마존의 머신러닝 모델 훈련용 트레이니엄처럼 자체적인 AI GPU 수요를 충족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알파벳(Alphabet Inc)
티커명 GOOGL / GOOG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로 AI 패권 노린다
오픈AI의 챗GPT 충격이 있기 전 시장에서 AI의 1인자로 인식되던 기업은 단연 구글이었다. 그만큼 챗GPT 열풍 이후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충격은 컸다. 이를 만회하고자 급하게 마련한 구글의 챗봇 바드(Bard)의 시연은 패착이 됐다. 바드가 부정확한 답변을 하면서 이틀 동안 주가는 무려 12%가 빠졌고 시가총액은 173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AI 경쟁에서 구글이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데 알파벳의 저력은 곧 드러났다.
알파벳은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의 완벽한 AI 수직적 통합에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구글 클라우드의 인프라 부문과 구글 애플리케이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생성 AI를 수익화할 수 있는 최고의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월가는 오랜 세월 동안 AI에 투자하고 연구해 온 알파벳이 AI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릴 것이란 예상은 실수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구글은 최근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며 오픈AI의 챗GPT-4를 능가하는 현존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AI 모델임을 증명했다.
구글이 ‘빅데이터’가 핵심인 AI 기술에서 글로벌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검색시장의 압도적 지배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구글은 최신 스마트폰 ‘픽셀 8 프로’에 제미나이를 실행할 것임을 밝혔고 향후 몇 달 안에 검색 및 광고, 웹 브라우저인 크롬에도 생성 AI 도구를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마존(Amazon Inc)
티커명 AMZN
생성 AI 인프라 1인자로 못 박는다
아마존은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1위 업체로 생성 AI 인프라 수요 확장에 최대 수혜를 받고 있다. 물론 이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마존도 자연어 기반의 생성 AI 모델인 ‘아마존 큐(Amazon Q)’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아마존 큐는 기업용 AI 비서로 기업의 시스템과 데이터 저장소 정보, 그리고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 접근 권한 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봇이다. 아마존 큐의 장점은 챗GPT 사용 시 문제가 됐던 개인정보 및 기업 데이터 유출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아마존 큐는 AWS를 사용하는 기업 고객을 위해 재무, 인사부터 마케팅, 영업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부 자료를 검색하고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보안 부분에서도 인증 시스템을 사용해 기업 고객에게 최적화된 챗봇이라는 평이다.
아마존은 오픈AI를 잡기 위해 대화형 AI 모델인 ‘올림푸스’의 개발도 발표했다. AI를 위한 반도체 개발에도 진심이다. 아마존은 AI 모델 실행을 위한 추론용 칩 ‘그래비톤4(Graviton4)’와 함께 AI 모델 학습용 칩인 ‘트레이니움2(Tranium2)’를 공개했다.
퀄컴(Qualcomm Inc)
티커명 QCOM
휴대폰에서 AI와 모빌리티, 그리고 공간 컴퓨팅까지
스마트폰 반도체 제조업체로 알려진 퀄컴의 AI와 모빌리티를 향한 전략적 변화는 매우 인상 깊다. 퀄컴은 지난 4분기 실적 보고에서 휴대폰과 사물인터넷 부문의 매출 부진에도 모빌리티 부문에서 전년 대비 15%의 성장을 보여주며 더 많은 자동차 업체가 퀄컴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분기에서는 그 성장이 31%로 증가해 모빌리티의 노출이 증가하고 성장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AI 부문의 성장 기대도 커지고 있다. 퀄컴은 최근 AI 칩을 수백만 대의 스마트폰에 출하하며 월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칩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AI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이른바 NPU(Neural Processing Unit) 칩이라 불리는 향상된 AI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이 칩이 인텔과 애플 등의 경쟁자들보다 더 뛰어난 제품이라 평가하며 향후 AI 부문의 성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것임을 자신했다. 퀄컴은 인터넷 연결 없이 AI가 디바이스에서 자체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클라우드에서 챗GPT나 AI 모델의 액세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실행되는 AI가 점점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애보트의 인공심장박동기 ‘어베어’. 사진 애보트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애보트의 인공심장박동기 ‘어베어’. 사진 애보트
애보트 랩(Abbott Lab)
티커명 ABT
의료기기 분야의 헬스케어 혁신 이끈다
AI와 함께 가장 가파르고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분야는 바로 헬스케어다. CES 2024에서 헬스케어 기업인 애보트의 로버트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 메인 무대에 CES 역사상 최초로 헬스케어 부문 대표로 선 것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애보트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 사업부부터 진단 제품, 그리고 영양 제품과 의료기기 등 4개의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애보트는 다른 헬스케어 기업과 비교해 기술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보트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의료기기 분야로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42.1%를 차지했다. 제약 사업부의 경우 12.6%를 차지했으며 진단 부문은 24.9%, 영양 제품 부문은 20.3%를 구성했다.
성장 역시 의료기기 분야가 가장 가파르다. 2023년 기준 14.2%의 유기적 성장을 기록해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했다. CES 2024에서도 애보트는 인공심장박동기 ‘어베어’를 선보이며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은 건전지보다 얇은 제품으로 부정맥이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환자들이 사용하며 통상적인 인공 심장박동기보다 훨씬 작아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애보트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온 배당주로도 인식된다. 배당주는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소득 지향적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이다. 배당금의 지속적인 증가는 회사의 이익 성장과 견고한 펀더멘털, 그리고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를 반영한다.
월마트(Walmart Inc)
티커명 WMT
AI 혁신 채택하는 유통 거인이자 배당왕
월마트는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소매업체로 인식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등장 이후 개혁을 거듭해 지금은 옴니채널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월마트는 소비자의 쇼핑 습관과 기대치가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기술혁신을 추구했다. 옴니채널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하나로 통합해 소비자에게 더 매끄럽게 연결되는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보노보스(Bonobos), 무스조(Moosejaw) 및 파셀(Parcel)을 인수했고 쇼피파이 및 골드만삭스와의 파트너십 체결, 그리고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플립카트에 대한 투자도 단행하며 공격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월마트는 AI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혁명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월마트는 2026년까지 매장 65%를 자동화해 비용의 20% 이상을 절감할 것이라 밝혔다. 더그 맥밀런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생성 AI 기반의 검색 서비스를 론칭하고 쇼핑 검색의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배당주로서의 매력 역시 강력하다. 월마트는 1974년 주주들에게 첫 배당금을 지급했고 매년 지급액을 늘려왔다. 월마트는 배당을 25년 연속 증가한 기업들에 내려지는 ‘배당 귀족’이었으나 올해 배당금을 인상하면 50년 연속 배당금을 인상하는 ‘배당왕’ 기업이 된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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