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현대커머셜 사옥. 사진=현대커머셜 제공
현대커머셜 사옥. 사진=현대커머셜 제공
고금리와 유동성 위기, 부동산 PF 부실 위험까지 겹쳐 캐피탈 업계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현대커머셜은 안정적인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최근 무디스로부터 Baa1 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받아 4개월 전 피치의 BBB(Positive) 등급보다 신용도가 한 단계 상승했다. 이번 성과로 대외 신뢰도와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동성 댐’ 전속금융

현대커머셜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로부터 기업신용등급 Baa1, 등급전망 ‘안정적’을 획득했다고 2월 2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현대커머셜 설립 후 피치로부터 첫 BBB(Positive)를 받은 지 4개월 만에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받았다.

국내 신평사들과는 다른 평가다. 국내 신평사들은 현대커머셜의 신용등급을 모회사인 현대차보다 두 단계 낮게 부여했다. 반면 지난해 피치에 이어 이번 무디스까지 글로벌 신평사는 현대커머셜의 신용등급을 현대차보다 한 단계 낮게 평가했다.

무디스는 현대커머셜의 자산건전성을 높게 평가했다. 무디스는 “현대커머셜의 우수한 리스크 관리 및 견고한 전속금융 사업이 안정적인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커머셜의 지난해 연체율은 0.70%(연말 기준, 30일 이상)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또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인 100%를 훨씬 상회하는 130%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커머셜 장병식 대표(왼쪽)와 포티투닷 송창현 대표(가운데),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대표(오른쪽)가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현대글로비스 본사에서 열린 '미래 상용 모빌리티 업무 제휴 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커머셜 제공
현대커머셜 장병식 대표(왼쪽)와 포티투닷 송창현 대표(가운데),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대표(오른쪽)가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현대글로비스 본사에서 열린 '미래 상용 모빌리티 업무 제휴 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커머셜 제공
현대차그룹에 전속금융을 제공하는 안정적 사업 기반은 현대커머셜의 자산건전성을 든든하게 밑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회사는 2007년 현대차그룹 내 산업재 장비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과 기업금융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현대캐피탈 상용차 사업 부문을 양수·양도해 설립됐다.

전속금융 금융사는 다른 금융사보다 경쟁력 있는 금리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디스는 “현대커머셜은 상용차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현대차 및 그룹 계열사들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대커머셜의 자산건전성은 견고한 캡티브 자산건전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피치 또한 “현대커머셜은 그룹 밸류체인 내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와 건설 계열사 등에 기업 대출을 제공해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그룹 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커머셜은 2022년 12월부터 현대건설기계,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HD현대그룹과 순차적으로 제휴를 맺음으로써 기존 현대차그룹에서 범현대그룹으로 전속금융 채널을 확대하며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1월엔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및 그룹 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사업을 이끄는 포티투닷과 함께 ‘미래 상용 모빌리티 업무 제휴 협약’을 맺어 전속금융의 분야를 상용차에서 물류 비즈니스로까지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밸런스드 그로스(Balanced Growth)’ 전략 또한 현대커머셜만의 차별점이다. 안정적인 ‘유동성 댐’ 역할을 맡고 있는 캡티브 중심의 ‘산업금융’ 기반 위에, 수익성 중심의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이 균형을 이루는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불황기에는 이겨내고 호황기에는 탄력 받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선제적 리스크 거버넌스

안정적인 수익원인 전속금융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도 탁월했다. 현대커머셜은 지난 2022년 4분기 금리 급등세가 지속되고 자금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되자 발빠르게 유동성을 추가 확보하며 대응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시장 연체율이 평소보다 크게 높아질 것을 가정해 리스크 정책을 강화하는 등 위기 대응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지난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현대커머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현대커머셜 제공
이 배경에는 현대커머셜만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거시경제, 현대커머셜 내부 지표와 기준에 따라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위기를 선언하고, 영업·리스크·재경 조직이 사전 합의한 작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 체계는 리스크 강화 영역을 당일 바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빠른 의사결정과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에 전속금융을 제공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도 진행한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 금융사가 함께 참여하는 위험관리 협의회를 통해 재무건전성, 자산건전성, 리스크 지계수 등을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무디스는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의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서 우수한 리스크 거버넌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획득으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현대커머셜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현대커머셜은 강력한 시장 지위를 지니고 있는 캡티브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체계적인 리스크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