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똘똘 뭉친다" 아시아 파운드리 패권 뺏으려 2조원 투하
미국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 미국 정부는 2022년 8월 공표한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에 의거해 자국 기업 위주로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패권을 쥐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지난 19일(현지 시각)미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에 15억 달러 (약 2조4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는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로 2023년 3분기(7월~9월) 기준 시장의 6.2%를 점유하고 있다. 1위 TSMC(57.9%), 2위 삼성전자(12.4%)의 뒤를 잇는다.

다음 지원 대상은 인텔로 예측된다.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기업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법 시행 이후 최대 금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를 등에 업은 21일(현지 시각) 인텔은 직접 개최한 첫 파운드리 행사에서 올해 안에 1.8나노미터 공정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예정됐던 계획이 올해로 앞당겨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양산 목표인 내년보다 앞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해당 공정의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발표됐다. 또 인텔은 2027년에 1.4나노가 상용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날 행사 화상 연설에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인텔의 포부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아시아에서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생산되는데 인텔이 이를 50%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오하이오에 200억 달러 규모의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애리조나에는 200억 달러 규모의 확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뉴멕시코에 3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위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약 170개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460개의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현재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본래 올해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연기됐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각종 인허가 문제 등에 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주에 150억 달러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생산시설과 거리가 멀어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