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실탄 들고 한국 상륙....3월 5일 정식 개장
2046년까지 약 20년 걸쳐 동북아 최대 규모 리조트 조성 예정
카지노 비롯해 대형 공연장 등 앞세워 단숨에 주목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해서 일부러 평일에 시간을 내서 왔다.” 3월 5일 오후 찾은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이하 인스파이어)에서 만난 20대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카지노·리조트기업 모히건이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는 요즘 국내 호텔·리조트업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다.
주말만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파가 몰리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 사이트 등에 올라온 후기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객실 체크인 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내부를 구경하기 어려울 만큼 방문객이 많았다”는 글들이 곳곳에 올라와 있다.
특히 150m에 달하는 통행로 벽면과 천장을 화려한 영상으로 수놓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나며 인천 영종도의 ‘명소’이자 ‘인스타 성지’로도 떠올랐다. 이날 역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로라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인스파이어는 3월 5일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시설 운영에 나서며 소비자 반응을 살폈던 ‘소프트 오프닝(가오픈)’을 종료하고 정식으로 개장한 것이다.
호텔·리조트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스파이어와 사업 영역(외국인 카지노·복합 리조트)이 겹치는 파라다이스는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한국에 30년 투자…초장기 청사진 제시영종도에 정식 개장한 인스파이어는 모히건이 명운을 걸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만 사업을 하는 모히건이 아시아 지역에 처음으로 만든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인스파이어는 모히건이 30년간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리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청사진을 그린 장기 프로젝트다. 예상되는 총 투자 금액만 총 6조원에 달한다.
모히건이 한국을 동북아시아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한류 콘텐츠의 파급력이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이들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영종도는 ‘동북아시아 허브’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 옆에 붙어 있어 입국한 해외 관광객들이 방문하기도 좋다. 한국에서 ‘호캉스’가 하나의 휴가 문화로도 자리 잡는 등 탄탄한 내국인 수요도 한몫했다.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영종도와 가까운 수도권에만 잠재적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26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며 “영종도에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세우면 한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진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모히건이 한국 진출을 마음먹은 건 2016년. 당초 현대건설과 손잡고 리조트 시공을 맡겼다. 그러나 이 회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갑작스럽게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사업이 표류하기도 했다. 이대로 리조트 건설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모히건은 한화건설이라는 새 파트너를 재빨리 찾아 손을 잡았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고 한국 진출을 결정한 지 약 8년 만인 올해 정식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한화와 맺은 인연으로 인스파이어리조트는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신흥강자 등장이 불편한 업계
인스파이어가 이번에 정식 오픈한 곳은 3개 타워로 구성된 1275개 실 규모의 5성급 호텔과 1만5000석을 갖춘 국내 최초의 공연 전문 아레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다. 다양한 테마를 가진 푸드코트와 야외 공원, F&B 등도 조만간 오픈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아레나와 카지노다. 한국에서 리조트 내에 1만 명이 넘는 규모의 공연장을 세운 건 인스파이어가 최초다. 이를 앞세워 정식 오픈 전부터 인스파이어는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에픽하이, 태양 등 K팝 스타들의 공연을 연이어 열며 인스파이어라는 이름을 알렸다. 정식 오픈 직후인 3월 8일과 9일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마룬파이브의 단독 공연을 개최해 전국에서 영종도를 찾게 만들었다.
카지노도 빼놓을 수 없다. 모히건은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신규 허가를 받고 이달 초 운영에 돌입했다.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내부에 카지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수의 외국인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큰 무기가 된다”며 “여기에 대규모 공연장과 ‘신상 리조트’라는 강점을 앞세워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오픈한 곳의 면적은 약 46만1661㎡(약 14만 평)으로 축구장 64개를 펼쳐놓은 크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업의 10% 정도에 그친다는 게 인스파이어 측의 설명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조성 사업은 2046년까지 총 4단계에 걸쳐 완공할 계획이다. 이제 막 1단계 사업의 절반만 완성된 상황이다. “2046년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카지노와 호텔 등을 새롭게 지을 예정이다. 모든 계획이 완성되면 인스파이어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카지노리조트가 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들어간 돈은 약 2조원인데 추가로 4조원을 투입해 이를 완성해나갈 계획이다.
막강한 신흥강자의 등장에 호텔·리조트 업계도 인스파이어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긴장하는 곳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와 파라다이스다. 영종도에 등장한 새로운 경쟁자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원래 영종도의 최강자는 칼호텔네트워크였다. 인천공항 개항 초기인 2003년 그랜드하얏트 인천(옛 하얏트리젠시 인천)을 세웠다. 인천공항 인근에 세워진 첫 특급호텔이었다. 또 외국인 전용 카지노까지 운영하며 영종도를 대표하는 호텔로 불렸다.
그러나 압도적인 규모의 파라다이스시티가 등장하며 최강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특히 기존에 있던 카지노까지 사라지며 타격은 더 컸다. 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시티 오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랜드하얏트 인천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7년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시티의 문을 열면서 그랜드하얏트 인에 자리한 카지노를 파라다이스시티로 확장 이전했다. 자연히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위상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인스파이어까지 나타나며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파라다이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캐시카우’가 타격을 입으며 국내 1위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자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해 카지노 및 리조트 사업 호조로 564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파라다이스 전체 영업이익(약 1460억원)의 40%가량을 책임진다.
양사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스파이어가 터를 잡은 곳은 파라다이스가 영종도에서 운영하는 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접해 있다. 두 리조트의 거리는 약 12km로 차로 10분 거리다. 양측이 카지노·복합리조트를 즐기기 위해 영종도를 찾는 손님을 서로 모셔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인스파이어가 영종도의 ‘핫플’이 되면서 파라다이스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카지노의 경우 아직 인스파이어가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심지어 인스파이어 때문에 파라다이스의 목표주가를 내린 증권사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일하던 카지노 딜러, 호텔리어 등 수많은 인력들도 인스파이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스카웃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다른 전망도 존재한다. 인스파이어의 등장으로 영종도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인근 호텔 및 리조트의 고객이 늘어나는 ‘윈-윈’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고객군이 국내 카지노로 유입되면서 산업 파이 자체가 커질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호텔업계 일각에서도 인스파이어가 아레나를 활용해 공연을 열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영종도로 모이게 돼 파라다이스시티나 그랜드하얏트 인천도 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