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나 우유처럼 늙고 있어” 무슨 뜻?
글로벌 Z세대가 노화에 대한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외모 노화 속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빠르다고 느끼고 있다. 노화 관련 게시글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매체들도 Z세대가 노화에 대한 불안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분석 기사를 내놨다.

실제로 SNS(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이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인다며 자조하는 Z세대의 영상이 수천 개에 달한다.

그중 틱톡 인플루언서 조던 하울렛(Jordan Howlett)이 26세의 나이에 어머니의 오빠로 종종 오해받는다고 말하는 영상은 크게 화제를 모으며 조회수 2440만 회를 기록했다. 하울렛은 영상에서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훨씬 성숙해 보이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또 그가 ‘Z세대는 오래된 우유처럼 늙고 있다(Aging like milk)’고 말한 내용이 퍼지며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유처럼 늙고 있다’는 문장은 상한 우유처럼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노화가 진행됐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일부 전문가들과 매체들은 Z세대의 빠른 노화가 이른 나이부터 필러와 같은 성형 시술을 받고,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됐으며, 잘못된 식습관(과음, 적은 신체 활동 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화 방지를 위한 제품과 시술이 오히려 더 그들을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런던 브루넬 대학의 메레디스 존스(Meredith Jones) 교수는 영국 패션·컬처 전문 매체 데이즈드(Dazed)에 “Z세대가 유독 다른 세대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빨리 노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가장 나이가 많은 Z세대는 1996년생으로 현재 27살이며, 25살 이후 노화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들 세대가 스스로 노화가 빠르다고 진단하는 배경으로 SNS가 꼽힌다. SNS를 통해 자신을 다른 사람뿐 아니라 몇 년 전 게재된 본인 사진과 비교하는 것이 쉬워졌고, 그만큼 나이를 판가름하는 기준점을 눈에 잘 띄는 유명인 혹은 예전의 자신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르네 엥겔른(Engeln) 심리학 교수도 “젊은 층은 SNS에서 이상화한 사람들의 얼굴을 끝없이 스크롤 하면서 자랐다”면서 “자연적으로 노화된 얼굴보다 미용 시술을 하거나 필터를 입힌 사람들의 이미지를 더 많이 접했다”고 설명했다. 엥겔른은 “Z세대는 실제 그 나이대의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Z세대가 빨리 늙어가는 현상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SNS로 인해 정상적인 노화를 왜곡된 관점으로 보게 돼 특정 나이대의 외모에 대한 기준점이 바뀌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체 이미지 전문가인 로저스(Rodgers)는 “옛 세대는 유명하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사진을 봐도 페이지를 넘겨버리면 그만이었지만, SNS의 알고리즘은 제품 구매를 유도하도록 설계되었다”며, Z세대에게 SNS 이미지에 자극받아 노화 방지 제품을 구매하거나, 보톡스나 필러 등 미용 시술을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