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연구데이터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연구데이터
미분양 부담에 하락하던 부동산 시세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동안 일부 미분양 아파트는 크게 상승하며 큰 수익을 안겨준 반면, 그렇지 못한 아파트도 있었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광역시에서도 미분양 단지들의 명암은 몇 년 만에 확연히 엇갈렸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각각 10곳씩 대표적인 미분양 단지를 분석한 결과 단지 규모와 평형 구성, 입지 등이 미분양 단지 간 시세 격차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인지 여부와 전용면적 84㎡ 중소형 타입 비중은 실수요자들의 선호를 불러일으키며 거래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는 주거밀집 지역에 많고, 이 같은 지역 인근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자리하게 된다.

부동산의 영원한 테마인 역세권 여부(도보 10분 거리)는 지방보다 수도권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역과 가까운 그 자체보다 “어떤 역세권인가”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서울서도 소단지·대형은 제자리
전통적인 서울 도심을 품은 종로에선 두 단지의 희비가 갈렸다. 주인공은 744가구 주상복합 아파트 ‘광화문스페이스본’과 112가구 규모 ‘신동빈 회장님 아파트’로 알려진 ‘롯데캐슬로잔’이다. 광화문 오피스 건물과 가까운 ‘광화문스페이스본’과 전통부촌인 평창동에 위치한 ‘롯데캐슬로잔’은 정반대 특징을 보인다.

경복궁역 3호선과 5호선 광화문역이 가깝고 도보로 광화문 일대 출퇴근이 가능한 ‘광화문스페이스본’은 2008년 7월 당시 3.3㎡당 1500만~1800만원 사이 분양가로 주변보다 약 30% 비싸 인기가 덜했다. 특히 1단지의 경우 중소형 타입이 많았다. 이는 실수요를 자극했다. 현 시세는 분양가의 두 배가 넘는 3.3㎡당 37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아파트가 대형 평형만으로 구성돼 있고 추가 공급이 없어 근처 직장에 근무하는 4인 이하 가족 수요를 흡수하기 적절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승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평창롯데캐슬로잔’은 1년 앞선 2007년 3월 이보다 비싼 3.3㎡당 최고 2000만원에 분양했다. 가장 작은 타입이 전용면적 184㎡(공급면적 기준 66평형)이라 체감 분양가는 더 비쌌다. 평창동은 고급빌라와 주택이 즐비하고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지만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여 지하철역은 물론 다양한 교육, 생활인프라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핵가족이 많은 요즘에는 두 공간으로 나눠 사용 가능한 대형이 2세대 이상 거주하는 가구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것도 옛말이다. 단지 규모가 작은 만큼 매물이 적고 거래도 드문 ‘평창롯데캐슬로잔’ 전용면적 190㎡ 1층이 올해 1월 분양가와 비슷한 1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새 아파트가 부족한 서울에서 대부분 성공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 사례다. 일반분양 물량만 1000가구가 넘는 3658가구 규모가 분양 초기에는 부담이었으나 2016년 말 입주시기가 되자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합류하는 강동구 대장 아파트 ‘고래힐’로 유명해졌다. 배제고등학교, 학원가 등 교육인프라가 풍부하고 5호선이 가까우며 자가용을 통한 강남 접근성이 좋다.

분양가는 3.3㎡당 1950만원으로 이 아파트가 시장에 나온 직후 박근혜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마지막 단지가 됐다. 전용면적 59~192㎡까지 평형이 다양하며 피트니스, 대형 골프장 등을 갖춘 커뮤니티 시설로 유명하다. 3월 14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기준 시세는 3.3㎡당 3984만원이다. 경기도·인천 투자 핵심은 서울 접근성과 학군
과거 줍줍대박 신화를 만들었던 미분양 아파트의 공통점..규모·일자리 접근성[돌아온 미분양 시대③]
경기도와 인천에서 성공,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서울로의 접근성과 학군이다.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위치한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실패 사례에 속한다. 2009년 12월 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분양가는 평당 1700만~2600만원대였는데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은 것이 2016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한때 두산그룹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미분양으로 애를 먹었다. 그리고 2020년 파주 집값 상승 수혜로 11년 만에 물량을 털어낼 수 있었다.

경의중앙선 탄현역과 가깝지만 배차간격이 길고 거리상 서울까지 멀다는 단점이 작용해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다. 3.3㎡당 매매가 1500만~1700만원 사이에서 움직였고 부동산 시장 호황기였던 2022년에도 200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최초 분양가와 엇비슷한 가격이다. 2700가구 규모로 수도권 미분양 사례 중 시세가 대폭 상승한 곳과 제자리 걸음을 한 곳 사이에 평균 단지 규모 차이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일산에선 ‘위시티’ 단지가 모인 식사지구가 교통편의 등 문제로 큰 폭의 가치 상승을 누리지 못한 미분양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반면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과 철산동에 위치한 ‘두산위브 트레지움’, ‘푸르지오하늘채’가 서울로의 접근성과 학군을 바탕으로 분양가 대비 가격 상승을 이뤘다. 두 아파트 모두 당시 7호선 철산역 주변이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던 2009년 분양을 시작했다. 평당 1300만~1500만원대로 근처 시세보다 비쌌다. 미분양은 당연시됐다.

그러나 7호선 철산역,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이 근처라 구로, 신도림을 통해 서울 중심으로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광명시내 주요 학군이 이곳에 몰려 있다. 두 아파트 모두 현재 평당 시세 2700만~3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인천 송도에선 2007년 3.3㎡당 분양가 1370만원에 분양했던 ‘송도자이하버뷰’가 최근 2700만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15년 넘는 시간 동안 송도 구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이곳은 공원과 상업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 중심부가 됐다. 무엇보다 우수한 학군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채드윅송도국제학교와 포스코고등학교 등이 가깝다. 기간을 감안하면 서울 접근성의 한계는 상승의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방 사례, 수도권과 문법 달라
지방 5개 도시 내 미분양 아파트들은 단지 규모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분양 투자에 성공한 단지들의 평균은 822.8가구, 실패한 경우는 349.8가구였다. 작년 지방 아파트 전체 분양시장에서도 단지 규모와 청약 경쟁률이 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300가구 미만 단지보다 약 3배 높았다. 부동산R114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지방에서 분양한 10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총 20개 단지로, 총 1만9486가구 모집에 19만8219명이 신청해 평균 10.1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동기간 분양된 300가구 미만 단지 43곳의 경쟁률은 평균 3.54대 1이었다.

수도권과 달리 대형 타입 선호가 비교적 강하게 나타났다. 다만 대형 수요가 많을 만한 주변 환경에 따라 시세 상승폭은 차이를 보인다. 대구 중심지역인 수성구 황금역 바로 앞에 자리하며 학군 또한 우수한 랜드마크 주상복합 ‘수성SK리더스뷰’는 전용면적 110㎡가 가장 면적이 좁은 타입이다. 2008년 당시 고분양가 논란을 낳으며 3.3㎡당 1200만원에 분양해 미분양이 났으나 현재 시세(3월 14일 부동산테크 기준)는 3.3㎡당 2551만원으로 지난 2월 110㎡ 타입이 11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반면 부산 연제구 소재 ‘연제힐스테이트’는 220가구에 불과한 소단지로 부산1호선 시청역이 가깝다. 이제 구축에 접어든 데다 관공서 등 업무시설이 밀집된 인근 환경으로 인해 중소형 수요가 더 많다. 2006년 3.3㎡당 907만원에 나와 미분양을 기록했던 이 단지는 현 시세 역시 3.3㎡당 1120만원에 그치고 있다.

지방에선 역세권 여부는 시세 상승에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다고 풀이된다. 미분양 이후 상승기에 시세가 크게 상승한 5단지 중 역세권인 곳은 ‘수성SK리더스뷰’ 단 1곳에 불과했다. 이는 수도권 대비 지방 주민들의 전철 이용률이 낮고 자차 이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도시철도 이용률은 66.1%인 반면 지방 도시의 전철 이용률은 부산 42.8%, 대구 41.8%, 대전 21.8%, 광주 16%, 세종 0%로 나타났다.

민보름 기자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