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 건물에서 일본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18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 건물에서 일본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엔화 강세 전환 기대가 부풀고 있다. 국내에서도 엔화예금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폭의 엔화 절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에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은행이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번에 0.1%포인트 올려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으로 일본이 이례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하게 되면서 통화정책 전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통화 종류별로 미국 달러화(778억7천만달러)가 25억3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엔화(98억6000만달러)·유로화(60억7000만달러) 예금은 각 4억6000만달러, 1억8000만달러 늘었다.

엔화 예금 비중은 10.3%로, 지난 2012년 6월말 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엔화 예금이 1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엔화 예금의 경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엔화 강세 전환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 정상화로 큰 폭의 엔화 절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의 정상화는 분명한 엔 절상 요인”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폭의 엔화 절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일본은행의 정상화가 베이비스텝(25bp)보다 작은 10bp 인상에 그치기 때문이다.

임 애널리스트는 “엔화 절상폭이 추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돈으로 투자해서 이득을 보려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된 후 자금이 일본에 유입되어야 한다”면서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3월 이후 일본은행 인사들의 발언으로 조기 정상화 경계감은 커졌으나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더 많이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이 헤지펀드 중심으로 늘어난 상황을 꼬집었다.

임 애널리스트는 “달러 대비 엔화는 2000년대 이후 역사적 상단이자 기술적 상단인 152엔에서 추가 상승하지 않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확실해지면 엔화 가치는 145엔 이하로 절상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즉, 엔화가 더 가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분명해진 후라는 분석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