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결국 매각
자동차 수리업체가 새 주인

"이렇게 될 줄이야"...수제맥주 '신화' 쓴 제주맥주의 몰락
국내 수제맥주 업계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경영권을 이전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최대 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 864만주와 경영권을 더블에이치엠에 101억5600만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더블에이치엠은 제주맥주 주식 1주당 1175원에 인수한다.

이에 5월 8일 개최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더블에이치엠이 지정한 이사 및 감사가 선임되며 경영권이 넘어갈 예정이다.

더블에이치엠은 자동차 수리 및 부품 유통업체다. 2021년 6월 17일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법인으로 본점은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위치한다.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 겸 최대 주주는 정승국이다.

19일 기준 제주맥주 주가는 1182원으로 전일 대비 21.22% 하락했다. 2021년 5월 28일 최고가였던 6040원을 기록한 이래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1월 26일 891원의 최저점을 기록했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국내 수제 맥주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내리 적자를 기록했지만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특례)을 부여받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21년 당시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하는 3200원으로 확정돼 경쟁률은 1356.43대1에 달했다.

그러나 제주맥주 실적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09원, 당기순손실 121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매출액은 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줄었다.

제주맥주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일본산 맥주가 힘쓰지 못했을 당시 에일 맥주를 앞세워 수제 맥주의 강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비슷한 제품군이 잇따라 출시되고 수제 맥주 인기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때 상승세를 보였던 수제맥주의 인기는 엔데믹을 맞으며 대폭 꺾였다. 편의점 CU의 수제 맥주 신장률은 △2019년 220% △2020년 498% △2021년 255% △2022년 60.1% △2023년 상반기 4.3%였다.

전문가들은 수제 맥주의 부진에 대해 과도한 마케팅을 이유로 꼽았다. 맥주 맛을 차별화하지 않은 채 브랜드 콜라보레이션만 주구장창 내놨다.

또 수제맥주에 몰렸던 수요가 수입 맥주, 위스키 등으로 이동했다고 분석된다. 2023년 상반기 CU와 GS25의 수제맥주 매출신장률은 각각 4.3%, 25.5%인데 반해 일본맥주는 평균 292.5%, 위스키는 평균 48%로 증가했다.

윤소희 인턴 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