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디지털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글로벌 조세환경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국제 조세체계인 디지털세는 ‘필라1’과 ‘필라2’ 두 축으로 구성됐다.
디지털세의 ‘필라2’에 해당하는 글로벌최저한세가 올해 1월 시행된 데 이어 현지에 자회사나 물리적인 사업장이 없더라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디지털세 ‘필라1’이 조만간 도입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소득에 대한 과세가 소득을 창출한 법인 소재지에서 이뤄진다’는 기존의 과세 공식도 깨지게 된다.
한경비즈니스는 삼일PwC와 함께 달라진 해외 조세 환경과 이에 따른 기업의 대응전략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디지털세 속속 도입최근 글로벌 조세 분야의 큰 화두는 글로벌최저한세다.
글로벌최저한세는 전 세계 매출이 약 1조원(7억5000만 유로) 이상인 다국적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최저세율인 15% 미만의 세금을 납부하면 모회사가 있는 국가에 부족분에 대한 세액을 추가 납부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다국적기업이 세율 낮은 국가에서 자회사를 통해 세금 적게 내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받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기업 A를 예로 들어보자. 이 기업의 유효세율은 10%로, 최저세율이 15%에 못 미치기 때문에 미달분인 5%를 한국에 추가 납부해야 한다. 절세 혜택을 기대하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라면 앞으로는 해외서 절세한 세금을 본국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절세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올해 초 한국이 글로벌최저한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면서 해외 사업을 활발히 하는 국내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200여 개 국내 기업이 이 제도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해당 기업은 올해 1분기 결산부터 글로벌최저한세 관련 법인세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관련 내용도 공시해야 한다. 국제 공조로 마련된 디지털세필라1, 2를 포함하는 디지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약 142개국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10년간 논의 끝에 만든 새로운 국제 조세 규범이다. 주목할 점은 이 새로운 규범이 한국만의 독자적 규정이 아니라 국제 공조를 통해 세워졌다는 점이다.
여러 국가들은 자본 유치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그 결과 국가 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으며 기업은 자본 유치 경쟁의 결과물인 국가별 세법 차이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비용을 최적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했다. 헝가리,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낮은 세율의 세금을 매기면 기업은 세율이 낮고 비즈니스 환경이 유리한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저세율 국가로 기업 내 기능을 재편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절약해왔다.
OECD와 G20은 이런 현상을 ‘세금 회피 문제’로 정의하고, 디지털세 협상 및 조세회피 대응 등 국제조세 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회의체를 꾸렸다. 국가 간 세율경쟁을 종식하고 세무 투명성을 높이며 국경을 넘어 세금을 공정하게 부과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통된 과세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각국의 세법으로 입법하게 된 것이다. 달라지는 ‘세무 방정식’해외에 진출한 한국의 다국적기업은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조세환경에서 다음 세 가지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다국적기업의 소득과 관련된 조세 문제는 국제 공조를 통해 서로 연결되며 통합되고 있다.
이제 다국적기업의 세금 신고 의무는 단순히 자국 세법에 따른 법인세 신고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이하 BEPS)’에 대한 방지 규정에 따라 다수 국가 내에 소재한 관계 법인 간 이전가격거래를 문서화하고 정보를 과세관청에 제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제 기준에 따라 글로벌최저한세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표준화된 규정에 따라 세금을 계산하게 된다.
둘째, 기업은 세금 계산 및 세금 계산을 위해 활용되는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요구받는다.
BEPS 프로젝트는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OECD가 마련한 대책이다. OECD는 △과세 일관성 확보 △국제기준 강화 및 투명성 확보 △확실성 강화라는 3대 주요 분야에 대해 15개 추진 과제를 정했다. 각국에서는 이 과제의 목적 중 하나인 다국적기업의 역외거래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시의무 강화기준인 문서화 규정을 우선 도입하고 있다.
문서화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통합 기업보고서’, ‘개별 기업보고서’, ‘국가별 보고서’ 등으로 구성된 3단계 구조를 통해 이전가격을 문서화해야 한다. 이 중 다국적기업의 국가별 매출액, 세전이익, 납부세액 등 재무정보와 국가별 법인목록, 사업내용, 종업원 수 및 영업자산 등이 포함된 국가별 보고서는 과세 당국 간 자동 정보교환의 대상에 해당된다. 따라서 기업이 제출한 국가별 보고서는 각국의 과세관청끼리 공유할 수 있다.
셋째, 기업 차원에서 세무에 대한 전략적이고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글로벌최저한세의 적용 대상이 되는 다국적기업의 최종 모기업은 구성기업별 회계상 이익, 법인세비용(이연법인세 포함), 유형자산 장부가액 등의 정보를 수집해 ‘글로벌최저한세 정보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에는 일반 회계정보뿐만 아니라 실효세율 및 추가세액계산, 할당 및 배분 관련한 방대한 정보가 포함된다. 기업의 포괄적 정보가 담기고, 결과가 세액 계산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해외사업을 하는 기업은 국외 특수관계거래에 대해 기존의 관리기준을 고도화하고 해당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세법을 각 자회사가 현지 규정에 따라 준수해야 할 영역으로 보고, 자료 집계부터 신고까지 자회사에 맡겨온 것이 현실이었다.
이제 이런 방식은 비효율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의 리스크가 그룹사의 세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글로벌화, 통합화, 투명화 등 달라진 조세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워 전 세계 과세 당국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김주덕·양윤정 삼일PwC 파트너
☞김주덕·양윤정 삼일PwC 파트너는…
김주덕 파트너는 삼일PwC 택스 부문 아웃바운드 팀장으로 국내외 기업에 대한 글로벌최저한세 자문, 인수합병(M&A) 및 다양한 국제조세 자문 등 여러 세무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양윤정 파트너는 삼일PwC 택스 부문에서 국내외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지원, 조세감면 등 세무자문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경간(Cross-border) 거래 관련 세무계획, 인수합병(M&A) 자문 등의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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