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최고 경영진인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각각 21억2300만원, 23억 4100만원 받아 전년 대비 40% 넘게 연봉이 삭감된 가운데 최고경영진에 버금가는 보수를 수령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구 대표의 급여 8억 5000만원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거친 임원규칙의 임원 직위별 연봉 범위 내에서 보상위원회가 결의한 KPI평가 등급별 연봉조정률과 승진여부, 역할·책임의 크기,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기본연봉을 13분할해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상여 11억 900만원과 관련해 “상여와 기타지원금으로 구성되는데, 상여는 신규 대표이사 영입을 위한 목적이고 기타지원금은 사내 규정에 따른 복리후생성 지원금 일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2023년 상반기 이미 신규대표이사 지급을 위한 상여 6억 6500만원을 받은 바 있으며 하반기까지 총 11억 900만원을 받아 4억 4400만원이 추가됐다.
지난 2023년 CJ ENM은 연결기준 146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구 대표 부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전임 강호성 대표가 2022년 1373억원의 영업 흑자를 달성하고도 총 보수 18억 5000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구 대표는 적자를 내고도 1억원 넘게 더 챙긴 셈이다.
신규 대표이사 영입을 위한 상여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역할과 책임 등이 무거워지다 보니 이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라면서도 “직원들 중 일부는 인센티브 0원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구 대표 부임 이후 회사 적자를 직원 탓으로 돌려 국정감사 이슈까지 된 구조조정 단행으로 인해 임직원 수도 감소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커머스 부문 합산 감사보고서 기준 2022년 3440명이던 직원 수가 2023년에는 3038명으로 줄었다. 총 402명이 감소한 가운데 커머스사업에서는 2022년 910명에서 2023년 856명으로 54명 줄어든 데 그쳐 대부분 인력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근무하다가 짐을 싼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것은 영화사업 분야다. 경쟁사들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할 때 100만 관객도 못 모은 작품만 여러 편 내놓으며 흥행 참패로 1년 내내 허덕였지만 소속 인원은 오히려 늘었다. 영화사업에서는 2022년 102명이 근무했지만 2023년 말 기준으로는 181명으로 증가했다. CJ그룹이 자랑하는 '신상필벌' 인사의 기준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구 대표가 신규대표이사 명목 등 상여로만 11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을 때 회사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1인당 2022년 8400만원에서 2023년 82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앞서 언급한 이익을 내고도 더 적게 받고 직원 급여는 오히려 더 많은 강호성 대표와 구창근 대표가 비교되는 항목이다. 직장인 사이에서 흔히 제기되는 “물가 상승 폭은 큰데 월급만 안 오른다”라는 말이 현재 CJ ENM에 부합하는 문장이다.
또 문제는 2차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회사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들어 구조조정 대상자 통보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도축장의 가축이 된 기분”이라며 “언제 도축될지 몰라 벌벌 떨면서 다른 친구들이 먼저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분위기에서 업무가 제대로 될까”라는 등의 성토 글이 다수 게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블라인드를 통해 새로 도입된 ‘휴직명령제도’의 부당함으로 알리는 비판도 잇따랐다. 회사 임직원들에 따르면 휴직명령제도란 회사 측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원에게 휴직을 하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말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 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휴직명령제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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