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테크, 3세대 임피던스 분광법으로 배터리 전주기 상태 진단 및 불량 검출
AI와 빅데이터로 진단 오류 5% 이하로 낮춰…배터리 제조사와 협업

민테크 생산 현장사진 / 사진=민테크
민테크 생산 현장사진 / 사진=민테크
전기차 화재 사고는 예방하기 힘들다. 배터리가 폭발하기 전 경고해주는 센서가 있다면 좋을 테지만 수많은 셀과 팩으로 이뤄진 배터리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다. 배터리 진단기업 민테크는 배터리를 뜯고 해제하거나 충·방전시키지 않고도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로 배터리 제조사를 사로잡았다. 이 기술로 전기차의 폭발 사전 징후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의무 장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활용해 진단 정확도 높여

배터리를 검사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충·방전 용량법’이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전압, 전류, 온도, 시간을 측정해 배터리의 현재 용량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업계에 보편화된 표준 방식이지만 충·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방법은 ‘직류 출력법(DC-IR)’이 있다. 순간적으로 직류 전류를 흘려보내 전압 변화를 측정하고 배터리의 출력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배터리 충전 상태를 추정하거나 내부 단락과 같은 결함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개방회로 전압(OCV) 검사법’도 있다. 이런 방식은 1세대 진단 기술로 분류된다. 직류가 아닌 교류 저항을 검사하는 ‘교류 저항 검사법(AC-IR)’은 2세대로 분류된다. 문제는 1, 2세대 방식들을 사용하려면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배터리의 미세 불량을 검증하고 불량 유형을 분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민테크가 개발한 3세대 검사 방식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이다. 임피던스는 교류회로에서 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정도로 주파수 응답 함수의 일종이다. 배터리 내부의 전기화학적 상태를 단일 값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측정한다. 축적된 빅데이터와 비교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비정상 상태의 원인을 파악한다. 이 방식은 진단 목적에 따라 1세대, 2세대 기술을 복합 적용해 정확도가 높은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회사는 EIS와 인공지능(AI)을 융합한 배터리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측정기(ACIA)를 포함해 하드웨어와 진단 알고리즘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합친 ‘배터리 진단시스템’이 핵심이다.

3세대 방식은 셀 제조부터 팩 제조, 사용 중, 사용 후까지 4단계 배터리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 걸쳐 불량 검출 및 불량 유형 구분, 배터리 등급 판정 등의 진단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배터리가 라이프 사이클 중 어떤 지점에 있더라도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민테크는 24개 진단 지표와 양질의 데이터 풀을 기반으로 오류 확률 5% 이하의 기본 진단 모델을 구축했다. 자체 배터리 진단 알고리즘을 강화한 것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수천 개가 넘는 배터리 분석 데이터로 연구를 진행했다. 정확도를 확보하려면 많은 양의 축적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수년간에 걸친 실증도 필요해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배터리 제조사 ‘러브콜’ 쏟아진 민테크…진단 기술로 전기차 시장 공략[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배터리 제조사와 협업 요청 쏟아져

최근 전기차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배터리다. 전기차의 충전과 방전, 짧은 수명과 교체 주기, 폭발 위험 등이 모두 배터리와 관련돼있다. 이런 문제는 배터리 라이프 사이클을 전 주기에 걸쳐 검사하고 관리하면 해결될 수 있다. 배터리 검사 시장이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비전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진단 및 수리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2억5000만 달러에서 2023년 13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6.3%로 2032년에는 23억2000만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제조사들도 배터리 진단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 충전, 수리, 대여, 재활용 등 배터리의 전 주기를 관리하는 배터리 통합 서비스는 ‘BaaS(Battery as a Service)’가 신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는 배터리 컨디션 체크와 충·방전 이력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돈을 아낄 수 있다. 충전 할 때도 편리하다. 제조사들은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를 재활용, 재사용해 탄소 저감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시 진단 서비스와 중고차업체에 제공하는 배터리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고 배터리 거래를 위한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SK온도 전기차 배터리 진단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SK렌터카는 실시간 전기차 운행 정보 등의 데이터를 SK온이 독자 개발한 BaaS 시스템에 전송한다. SK온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자동으로 측정, 분석해 전기차 소유주가 그 결과를 실시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BaaS 사업을 기존 B2B에서 B2C 형태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배터리 진단 기술 확보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민테크와 Baas 사업 확대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S에너지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포스코기술투자, 에코프로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회사는 2차전지 및 투자전문기업과의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울트라커패시터(UC) 전문기업인 LS머트리얼즈와 전략적 협약도 맺었다. LS머트리얼즈의 UC 검사 진단에 민테크의 EIS 기반 솔루션을 적용함으로써 잠재적 미세 불량을 검출하고 장시간 소요되던 검사 공정 시간을 수분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홍영진 대표이사는 “LS머트리얼즈와 EIS 기반 검사 진단 솔루션 및 양산 장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은 당사의 3세대 배터리 진단 기술이 리튬이온배터리뿐만 아니라 올트라커패시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향후 양사가 협력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이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총 2000억원 도전

민테크가 상용화한 하드웨어 기기는 배터리 진단시스템(ABT), 배터리 신속진단시스템(MDZ), 임피던스 일체형 화성 공정 충·방전기(MFZ) 등이다.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배터리 진단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였다. 나머지는 배터리 시스템(23%), 충·방전 검사장비(15%) 등이다.
이 회사는 4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공모주식 수는 300만 주이며 희망 공모가격은 6500~8500원이다. 공모 규모는 약 195억원에서 255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584억~2071억원이다. 4월 12~18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받고 23~24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KB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았다. 회사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을 발판 삼아 기술경쟁력을 강화해 배터리 성능 및 안전성 검사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