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비트코인으로 큰 수익 올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
시장 분위기도 가상자산 약세에 ‘베팅’
가상자산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 총액이 110억 달러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 3월 11일 오후 카메라에 담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11일 오후 카메라에 담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이 달까지 치솟는 이른바 ‘투 더 문(To the Moon)’은 향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같이 경고했다.

블랙록은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워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가상자산 업계의 ‘큰손’인 만큼 이 같은 전망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로버트 미치닉 블랙록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비트코인으로 큰 수익을 올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트코인 투자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비트코인의 악명 높은 변동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 것이고 동시에 천정부지로 치솟던 비트코인 수익률도 제한될 것”이라며 “확실히 앞으로 낼 수 있는 수익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치닉 책임자가 이런 견해를 내비친 이유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마침내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들도 생겨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비트코인이 앞으로 추가 상승 랠리가 없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며 “지난 10년 동안 비트코인은 연간 124%가 넘는 평균 수익률을 올렸는데 앞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분위기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약세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가상자산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 총액이 11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면서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197%)를 비롯해 미국 가상자산 채굴업체 클린스파크(110%) 등 관련주 주가도 함께 급등했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으로 하락세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은 60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매도 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S3파트너스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 수요뿐 아니라 비트코인을 보유한 이들도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공매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존재한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4월 중순으로 점쳐지는 만큼 이전까지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창업자도 3월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감기 등 긍정적 이벤트로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15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3월 14일 역대 최고치(7만3780달러)을 경신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3월 20일 6만700달러 선까지 추락한 뒤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