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세 대표적인 경영인은 삼성전자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3남이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어록을 남기며 삼성전자를 세계 톱클래스 기업으로 키웠다.
이 회장은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반도체 산업을 삼성전자에 이식하며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생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은 신세계 그룹을 유통명가로 성장시켰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은 1998년 말 부친인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특명을 받고 기아차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한 수를 뒀다고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을 강조하며 키워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으며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이번에 별세한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장남이다. 조 회장은 아버지의 부름으로 효성의 전신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뒤 ‘조대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뚝심 있는 기술 경영을 펼쳤다.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와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를 세계 1위로 육성하며 소재강국의 기틀을 닦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회장 등을 역임하며 민간외교관으로서 경제 발전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동생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명예회장은 효성그룹에서 계열분리 이후 한국타이어를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로 키워냈다.
식품 쪽 2세 경영인으로는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이 대표 인사로 거론된다. 임 명예회장은 대상의 미원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향후 경영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2000년대 초반 오너 경영인으로는 드물게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이 3세 경영 또는 4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지만 롯데그룹은 아직 2세 경영이 한창이다. 고 신격호 창업주로부터 롯데를 이어 받은 차남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역시 현역이다. 김 회장은 최근 대전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캠퍼스 현장을 방문해 우주 시대를 앞당기자고 주문하는 등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소속 야구단 한화이글스의 선전이 거듭되자 6년만에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재계 2세들은 빠르게는 3공화국 시절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재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 과정에 모진 풍파도 겪어야만 했다. IMF가 대표적이다. IMF시절 당시 5대 그룹으로 평가 받던 대우는 공중분해 되다시피 해 2세 경영을 채 펼쳐보지도 못하고 여러 계열사를 다른 곳으로 넘겨야 했다.
재계 2세들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자녀들의 다툼이나 경영상 법적 이슈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인물별로 공과 과가 존재하지만 해외 유학파가 대부분인 3세 경영인들에 비해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해 한국경제 중흥에 이바지했다는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수의 재계 2세들이 세상과 작별했지만 여러 위기를 복합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조망해보면 재계 원로로서의 지혜와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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