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제 반도체 전시회에 참여한 라피더스 부스./연합뉴스
2023년 국제 반도체 전시회에 참여한 라피더스 부스./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에 총 8조2000억원가량을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022년 설립한 연합 기업이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의 첨단 반도체 개발에 최대 5900억엔(약 5조27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라피더스에 3300억엔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추가 지원으로 지원금은 총 9200억엔(약 8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라피더스 추가 지원과 관련해 "차세대 반도체는 일본 산업 경쟁력의 열쇠를 쥔다"며 "경제산업성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5년에 최첨단 2나노 제품을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최근 라피더스는 캐나다의 텐스토렌트와 2나노 공정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2나노 공정 기반의 AI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 2028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금은 라피더스가 세우고 있는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건설비와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 등에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보조금 5900억엔 중 500억엔 이상이 후공정 기술 연구개발(R&D)에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후공정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반도체를 만드는 전공정 다음 단계다. 주로 패키징·테스트 작업을 뜻한다. 패키징은 반도체를 쌓거나 묶어 전자기기에 부착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공정이다. 초미세 공정은 미세화, 집적화를 통한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어 반도체 업체들은 패키징 기술을 통해 성능을 끌어 올리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이외에도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반도체 산업 부활에 나서고 있고 반도체 주권을 가진 미국, 대만과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4조 엔(약 36조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일본에 공장을 짓는 해외기업에도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2월 첫 가동을 시작한 TSMC 구마모토 공장에 들어간 비용 10조원 중 4조원을 일본 정부가 댔다.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과 협력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갖췄던 일본의 반도체 생태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카드다.

이 공장에선 한달에 5만5000장 가량의 12형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다. 12~28나노 반도체 칩으로 가전제품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일본 제2공장 설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고 일각에서는 TSMC가 일본 내에 패키징 공장과 제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