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고 공지했다. 신청 대상자는 올해 12월31일 기준으로 50살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20년 이상인 일반직 직원이다. 희망퇴직은 내달 31일 시행된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후 8주차에 접어들면서 대학병원들은 매일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주요 대학병원들이 수술 축소 등으로 입원 환자가 크게 줄었지만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자율적인 희망퇴직으로,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과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시행돼 왔다"면서 "2019년과 2021년에도 시행된 바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서울아산병원 일부 병동을 통합하고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최대 100일까지 늘렸다. 박승일 병원장은 최근 소속 교수들에게 비용 절감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병원장은 단체 메일을 통해 "2월20일부터 3월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으로, 정부가 수가 인상을 통해 이 기간 지원한 것은 17억 원에 불과하다"며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순손실은 약 4600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직원이 참여하고 있는 고통 분담 노력이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교수님들께서도 진료 확대와 비용 절감 노력에 협력해달라"며 "학술 활동비 축소와 해외학회 참가 제한 등을 시행한다"고 알렸다.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도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무급휴가 등에 나섰다. 대형병원 뿐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들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16일부터 지난달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의료 수입은 4238억3487만 원(병원당 평균 84억 원) 줄었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경우 의료수입액이 평균 224억7500만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도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중심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가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들은 저수가(낮은 의료비용)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전공의들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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