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인형과 앉아있는 구조견 '로저'.
아끼는 인형과 앉아있는 구조견 '로저'.
지난 3일 7.2규모 강진이 발생한 대만에서 수색 구조견 ‘로저’가 낙석더미 속 여성의 시신을 찾아내 대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뛰어난 수색 능력과 함께 귀여운 외모와 활달한 성격이 보도되면서 슬픔에 빠진 대만 국민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중앙통신, 쯔유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로저는 여덟 살 레브라도 리트리버 종으로 가오슝 당국이 이번 지진으로 실종되거나 숨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투입한 4마리 수색구조견 중 하나다.

로저는 3일 남부 가오슝 내 실종자와 희생자가 많았던 타로코 협곡 일대 낙석 더미 속에서 21세 여성의 시신을 찾아냈다.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은 페이스북에 “로저가 바위 더미를 수색하던 중 특정 지점에서 멈춰 신호를 보냈다. 덕분에 구조 요원이 희생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로저는 당초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으로 키워졌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마약 탐지견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남달리 발랄하고 활달한 성격 때문에 차분함이 필요한 마약 탐지견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가오슝 소방서의 구조 훈련 학교로 전공을 옮겨 사고 현장을 누비는 수색 구조견으로 길러지면서 꼭 맞는 적성을 찾았다. 2018년 가오슝 소방국 소속 수색견으로 정식 임명됐다. 같은 해 대만을 강타했던 규모 6.4의 지진 당시 구조 임무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7차례의 대규모 수색 작전에 투입되며 재능을 펼치고 있다.

조련사와 인터뷰 중 마이크를 물어뜯는 구조견 로저.
조련사와 인터뷰 중 마이크를 물어뜯는 구조견 로저.












가오슝 소방서 구조견 부대의 천즈싼 대장은 미 CNN방송에 “마약탐지견은 지나치게 활달하거나 독립적이어선 안 되는데, 우리가 수색구조견에게 원하는 속성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조련사와 함께한 인터뷰 현장에서는 로저가 방송기자의 마이크에 호기심을 보이며 마이크를 물어뜯는 장면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