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는 웨딩 업계에 “예비부부 피로감 느껴”[비즈니스 포커스]
“‘웨딩’만 붙으면 다 비싸져요.”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결혼식 당일은 풍요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그러나 복잡한 준비 과정에 수많은 신랑·신부는 피로감을 잔뜩 느낀다. 높은 예식비용과 더불어 웨딩 업체의 텃세까지 감당해야 하는 탓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내놓은 ‘2024 결혼 비용 리포트’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집값을 빼면 6300만원, 포함하면 3억474만원이다. 항목별로 따져보면 △신혼집 2억4176만원 △혼수 2615만원 △예식장 990만원 △신혼여행 744만원 △예단 566만원 △예물 530만원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479만원 △이바지 170만원 △답례품 117만원 등이다.

그래서 결혼식 비용은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유가 된다면 성대한 결혼식을 위해 예산을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허리띠를 졸라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비싼 값을 치르도록 강요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치 않는 비용을 지출하게끔 서비스를 강매하는 업계의 관행에 예비부부들은 혀를 내두른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준비대행업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작년 기준 23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152건 대비 54.61% 뛴 수치다. 2021년엔 92건이던 구제 사례가 2년 새 약 2.6배 늘었다.

신고 건수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피해구제’는 업체와 소비자 간의 합의가 권고된 사안을 나타낸다.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신청한 뒤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전문가의 사실 조사·자문을 거치는 등 모든 과정을 밟아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자체 분석한 결과 웨딩 관련 피해구제 유형 중엔 ‘위약금 과다 청구’와 ‘청약 철회 거부’ 등 계약 관련 사례가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웨딩박람회 등을 찾아 상품을 구매한 후 14일 이내라면 위약금 없이 청약 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계약서에 환불이 불가하다고 기재하는 경우가 많고, 환불을 하더라도 계약 시행일까지 기간이 충분하더라도 과도하게 위약금을 물리기도 한다.

업계의 ‘갑질’도 만연하다. 법으로 응징할 수 없는 방식으로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웨딩플래너를 끼지 않고 직접 ‘스드메’ 계약을 진행할 경우 불친절하게 응대하거나 가격을 더 받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유명 유튜버 ‘밤비걸’은 SNS에 결혼 준비 과정을 공개하며 불합리한 웨딩 업계 관행을 지적했다. 그는 예비부부들이 돈을 내고도 을이 된다고 영상에서 밝혔다. 결혼식장에선 최소 보증 인원을 요구하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만약 식장 내에 190석의 자리가 있는 예식장이어도 최소 300명의 식대를 내야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스튜디오에선 스태프 간식 손수 마련하기, 사진 촬영료와 별개로 추가로 붙는 ‘컨펌비(보정 확인비)’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0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신부 K 씨(28세)는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비를 받고도 원본 전송 추가금 44만원을 따로 내놓으라고 했다”며 “원본 사진이 필요하진 않지만 그들이 강매해 어쩔 수 없이 추가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금’이 추가금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이어 “고객의 혼을 빼놓는 겹겹이 계약 조항에 예비부부들은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눈뜨고 코 베이는 처지”라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