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왕국으로 불린 일본, 장기화하는 소비 불황으로 폐점 속출
이커머스 조금씩 늘어…B2C는 여전히 적지만 B2B는 400조엔 규모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이 더 크다.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이커머스 시장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일본에서도 변화는 있었다. ‘백화점 왕국’의 몰락이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도큐백화점 본점은 개업 55년 만에 폐점을 결정했다. 세이부백화점 이케부쿠로 본점, 홋카이도 오비히로시의 후지마루백화점, 신주쿠 오다큐백화점(축소 이전) 등도 문을 닫았다. 일본 백화점 시장 규모는 1991년 9조7000억 엔까지 확대됐지만 2022년 5조 엔으로 축소됐다.

도쿄 번화가의 상징이기도 한 세이부백화점을 운영해온 일본 최대유통업체인 세븐앤홀딩스는 “장기화하는 소비 불황의 영향으로 적자가 속출해 영업회복이 어렵다”고 폐점 이유를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일본 경제를 이끈 중산층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 일본 인구는 1억 명을 돌파했는데 국민 대다수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회현상인 ‘일억총중류’가 없어졌다는 보도였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저하하고 저가 상품의 인기가 높아진 영향이다. 1990년대 300곳이 넘었던 백화점은 2022년 185곳으로 급감했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3년 11조1660억 엔에서 2014년 12조7970억 엔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16조5054억 엔까지 확대됐고 2019년 처음으로 19조엔을 넘어섰다. 2021년에는 20조6950억 엔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조 엔 규모로 성장했다. 그 비중은 2014년 당시 3% 수준에서 2020년 8%대까지 늘어났지만 여전히 미약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일본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올해 12%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날로그 일본서도 확대되는 온라인…몰락하는 중산층의 상징[로켓 배송 10년, 유통의 변화③]
그러나 B2B 시장은 다르다. 2014년 이미 B2C 시장의 22배에 달하는 280조 엔을 기록했고 2017년 시장 규모는 300조 엔을 넘어섰다. 2022년 B2B 이커머스 시장은 420조 엔까지 확대됐다. B2B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3~34%에 달한다. 일본의 전체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 4위 규모이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크다.

B2C 시장이 커지지 못하는 것은 △배송 효율이 떨어지는 주거 형태 △고령화된 소비자 △현금 거래 문화 등의 영향이다. 한국 전체 인구 가운데 50%가 넘는 사람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단독주택 주거율은 56%에 달한다. 동시에 택배 분실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2020년 도쿄해상이 택배분실보상보험을 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은 이커머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있어 빠르게 확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일본 전체 인구의 10%는 80세 이상이며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도 29%가 넘는다. 여기에 캐시리스(신용카드와 온라인 간편결제 사용) 비중은 낮다. 한국은 이미 2018년 캐시리스 비율이 95%를 기록했지만 일본의 캐시리스 비율은 36%(2022년 기준)에 그친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하는 회사들이 있다. 3대 온라인 회사로 묶이는 ‘아마존 재팬, 라쿠텐, 야후쇼핑’이다. 이들 3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절반 가까이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아마존 재팬과 라쿠텐이 각각 25%, 2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회사 아마존의 현지 법인인 아마존 재팬은 2017년 이커머스 회사 최초로 연매출 1조 엔(약 9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 3조 엔(약 27조원)을 넘어섰다.

일본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스태티스타는 “일본 소비자들도 코로나19 기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일본 노년층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온라인쇼핑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가구 수는 2017년 35.9%에 불과했지만 2020년 들어 44.4%까지 확대됐고 2021년에는 47.8%로 늘었다. 2022년에는 과반 이상이 온라인쇼핑을 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