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규모 7000억원 '대어' IPO 시장 풍향계
흥행 여부에 공모주 투자 열기 좌우될 듯

HD현대마린솔루션 공정 현장/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공정 현장/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다. 선박 수리 전문기업인 이 회사는 “선박이 아닌 항공 기업과 비교해달라”며 주가수익비율(PER) 31.5배를 적용, 시가총액 3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공모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흥행 여부에 따라 공모주 투자 열기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한다.

◆6년 만에 매출 1조 돌파

2016년에 출범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주 사업 영역인 애프터마켓(AM) 서비스를 중심으로 선박의 탈탄소, 디지털화 등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장했다.

2017년 출범 첫해 매출은 2403억원이었으나 이후 연평균 35%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1조430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6배가량 증가했다.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2023년에도 14.1%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성장 비결로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꼽았다. 조선산업 사이클 영향을 최소화한 독자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전 세계적인 친환경 선박 트렌드에 주목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 따라 효율적으로 자본을 운용해 수익성도 높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글로벌 2행정(2 스트로크) 선박 엔진 시장의 약 85%를 점유한 만에너지솔루션과 약 1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빈터투어가스앤디젤의 엔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의 라이선스를 모두 보유한 기업은 전 세계 6곳에 불과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4행정 엔진인 ‘HiMSEN’에 독점적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글로벌 4행정 선박 엔진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엔진인 ‘HiMSEN’의 순정부품 조달이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엔진 외 부품에서도 시장 내 유일한 원스톱숍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인프라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선박 부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조선 업황과 무관하게 설립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HD현대 계열사와 시너지

글로벌 선박의 친환경 트렌드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가파른 성장에 일조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약 1000척의 선박 개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검증된 턴키 방식의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가스 솔루션 개조 및 선박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친환경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HD현대 조선 부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적은 자본지출로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본지출은 61억원에서 26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매출은 같은 기간 1조877억원에서 1조4305억원으로 약 31.5% 성장했다. 핵심 사업은 동기간 연평균 21.6% 성장하며 효율적인 자본 운용을 실현했다.

이를 기반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 핵심 사업의 매출액 대비 이자 및 세전이익(EBIT) 마진율은 2023년 기준 23.8%를 기록했다. EBIT 마진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운영이 매우 효율적임을 의미한다. 23.8%의 EBIT 마진율은 업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일반적으로는 소프트웨어나 첨단기술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수치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수가 지속 증가하고 평균매출단가(ASP)가 상승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엔진, 비엔진 등 모든 선박 사후수리 사업 영역에서 2019년 대비 외형 성장을 달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4개 해외 법인과 6개의 지사, 수십 개의 주요 기술 서비스 파트너사를 구축하여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해외 매출은 2019년 약 4400억원에서 2023년 약 9900억원으로 연평균 22.0% 성장했다.
◆기업가치 설득이 관건
몸값 3.7조 HD현대마린솔루션, 고평가 논란 딛고 흥행할까[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890만 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7만3300~8만3400원으로 예상 공모 금액은 6524억~7423억원이다. 4월 25~26일 일반 청약을 거쳐 5월 내 유가증권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UBS, JP모간이며 공동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다. 인수단에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도 포함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액은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장한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모 규모는 4000억원대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첫 상장사였던 에이피알의 공모 규모가 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증권가에선 오랜만에 등장하는 대어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일각에선 PER이 30배 이상으로 높게 책정돼 공모가가 높다고 지적한다. 주관사단은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배주주 순이익 1511억원에 유사기업 4곳의 평균 PER 31.5배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을 도출했다. 여기에 21.4∼30.9%를 할인해 공모가가 나왔다. 비교기업으로는 스웨덴의 알파라발,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핀란드의 바르질라 등 4곳이 선정됐다. 이 기업들은 선박 수리 사업 매출에 의존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과 달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직접 비교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률이 14.1%로 웬만한 해양 엔지니어링 업체나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기업을 넘어선다는 입장이다. 설비투자 규모가 매출의 0.2%에 불과해 감가도 적고 경쟁사가 없어 수주 단가도 높다는 것이다.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IR담당 상무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미국의 항공 AS 기업인 트랜스다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트랜스다임은 PER이 50배로 너무 높아 비교군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중복상장 논란과 상장 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HD현대마린솔루션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하면 지주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2대 주주인 PEF 운용사 KKR은 이번 상장에서 445만 주를 구주로 내놓는다. 남은 1057만 주는 의무보유 예수기간 6개월이 지나면 시장에 대거 풀릴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KKR의 자금 회수에 대해선 시장 충격이 가지 않도록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공모로 유입되는 자금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및 연구개발 등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선박 AM 시장 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친환경 개조사업의 역량 확대와 선박 디지털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