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 장비 확보 등에 제재를 가하자 이에 대응하는 방편으로 구형 반도체에 집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28나노 이상의 오래된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구형 반도체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산업용 기계, 무기 등 분야에서 폭넓게 쓰인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70억달러(약 35조9000억원) 규모의 3차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조성 중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고 생산 시설 확장 등에 나섰다.
지난 2월 14일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반도체 노광장비 수입 물량은 1년 전과 비교해 450%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또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와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공장 77곳 중, 올해 가동시작하는 17개 공장이 구형 공정을 사용한다.
중국이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물량 공세를 시작하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구형 반도체가 중국산으로 도배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의 TSMC와 같은 파운드리업체 역시 구형 반도체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중국 반도체의 과잉 생산’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구형 칩의 수급을 중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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