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2015년 김 부회장 취임 이후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당기순이익 업계 3위로 도약했고 작년엔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의 놀라운 실적 개선은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가치성장’ 중심의 경영이 밑바탕이 됐다.
이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단어가 ‘프라이싱(pricing)’, 즉 가격책정 능력이다. 김 부회장이 강조하는 프라이싱은 시장에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철저하게 ‘감지’(Sensing)하고 분석한 뒤 가장 빠르고 정교하게 미래가치와 가격을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라이싱은 메리츠화재의 모든 의사결정에 근간이 되는 핵심 전략이다. 우량과 불량, 시장 진입과 철수, 경쟁의 강도를 결정하는 판단의 절대 기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메리츠화재는 미래가치가 낮고 시장가격이 손익분기점(BEP)보다 낮은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반대인 경우에는 수익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진입해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메리츠화재는 이에 발맞춰 미래수익성이 가장 높은 상품인 장기인보험 매출 성장에 집중하고 만성 적자로 인해 업계에서 골칫덩이로 취급받던 자동차보험에 대해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펼치며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화재에서 메리츠금융지주 그룹부채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주와 메리츠화재 대표를 겸임하던 김 부회장은 지주 대표만 맡고, 김중현 전무(경영지원실장)가 메리츠화재 신임 CEO로 선임됐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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