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사진=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적하면서 케이팝 앨범 제작·판매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공개된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주일간 신보 판매량은 케이팝 그룹 '초동' 1위 기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빌보드와 집계 방식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팬덤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케이팝 음반 판매 시장이 매우 과열돼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테일러의 11번째 공식 앨범인 ‘더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The Tortured Poets Department)’는 한 주간 실물 음반, 바이닐 등 전통적 앨범을 191만장 팔았다. 비욘세 '카우보이 카터' 약 22만장을 제치고 빌보드 200의 1위에 오른 것이다.

한편 이 수치를 한국의 유사한 지표인 ‘초동’ 순위에 포함하면 20위권에 간신히 드는 수준이다. 한터 차트를 기준으로 발매 일주일간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역대 초동 순위는 세븐틴이 작년 10월 23일 발매한 ‘SEVENTEENTH HEAVEN’으로 약 509만장, 스트레이키즈가 작년 6월 2일 발매한 ‘★★★★★(5-STAR)’ 약 461만장, 엔시티 드림이 작년 7월 17일 발매한 ‘ISTJ’가 약 365만장이다.

케이팝 산업 내 ‘음반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엔터사에서 앨범 판매를 수익 확보의 핵심 활로로 두면서 시작됐다. 랜덤 굿즈와 팬 싸인회 등을 동인으로 강력한 팬덤의 구매력을 활용해 앨범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것이다.

케이팝 인기와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구매자가 수십 장을 한 번에 구매하는 ‘공동구매(공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단언하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앞서 3위권을 차지한 스트레이키즈 초동 수량 중 114만 장 이상, 엔시티 드림은 107만 장 이상이 중국 공구를 통해 팔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업계에서 앨범 주문을 먼저 받고 판매량을 채우는 ‘밀어내기’가 알음알음 성행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앨범을 사고 또 사고, 갔던 팬 사인회를 가고 또 가는 등 팬들과 가수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좋을 것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