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펴낸 최영준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소비가 1997년 외혼위기 등을 거친 이후 이전 증가세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평균 소비 증가율은 1970년부터 1997년 외환위기까지 8%대였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4%로 줄어든 이후, 소비 증가율은 2%대로 더 쪼그라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는 과거 실업경험으로 인해 자산 축적을 늘렸다. 향후 실업 재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때 ‘실업경험’은 간접적 실업을 반영한다. 본인이 실업상태가 아니더라도 국가 실업률이 높으면 ‘실업’의 여파가 개인에게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은 총소득과 총자산이 작은 가구에서 나타났다. 총자산이 최상위인 가구는 실업경험이 소비감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축적된 자산이 많고 차입제약이 덜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적인 실업보다 경제 충격으로 인한 실업이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훨씬 크다고 풀이된다. 보고서는 개인 실업과 거시 실업 경험을 구분했다. 실업 경험이 증가할 때 가계소비는 개인 실업에서 0.011%, 거시 실업에서 2.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됐다. 반면, 미국은 개인 실업 증가의 소비 감소 계수가 -0.92%, 거시 실업은 -1.60%였다.
실업경험에 따른 소비둔화는 비내구재 위주로 나타났다. 비내구재엔 1년 미만 사용되는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서적, 차량연료 등이 포함된다.
최 연구위원은 "실업경험은 불황의 구체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데 불황이 오면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외환위기의 경험이 워낙 커서 부각되지는 않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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