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다 외교' 따라했나...말레이시아 '오랑우탄 외교' 가동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판다 외교를 참고해 ‘오랑우탄 외교’에 나선다. 중국, 인도, 유럽연합 등 주요 팜유 수입국에 오랑우탄을 선물하기로 했다. 환경파괴 우려를 잠재우고 외교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9일 BBC에 의하면 조하리 압둘 가니 말레이이시아 원자재 장관은 ‘오랑우탄 외교’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지키겠다고 전날 엑스(X·전 트위터)에 밝혔다.

오랑우탄 외교는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삼림벌채와 관련된 팜유, 커피, 고무 등에 대한 수입상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며 고안됐다. 환경단체들은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돼 오랑우탄과 같은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사라진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팜유는 초콜릿, 마가린, 아이스크림, 비누, 립스틱 등 다양한 상품에 쓰인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으로 손꼽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팜유 생산으로 환경이 파괴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EU의 수입 규제는 차별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랑우탄 외교’는 야생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야생동물을 다른 나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원래 서식지에 보존해야 한다"며 "팜유 농장에 오랑우탄을 위한 안전한 이동 통로를 확보해야 하며, 정부는 숲을 팜유 농장으로 개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랑우탄은 보르네오 섬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만 서식하고 있다. 국제 자연 보존 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 따르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살고있는 보르네오의 오랑우탄 개체 수는 서식지 손실로 인해 2025년까지 약 4만7000마리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마트라에는 약 1만3500마리의 오랑우탄이 남아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