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자회사 강탈당한 국내 홈쇼핑사 꼴 될라" 네이버를 보는 우려의 시선
일본에 라인 경영권을 잃는 위기에 처한 네이버가 과거 중국 정부 압박에 CJ오쇼핑(현 CJ ENM 커머스 사업부분)이 현지 자회사 동방CJ 지분을 대거 팔고 온 사례와 비슷한 처지에 몰릴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염려할 바 없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유통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지난 2003년 자본금 20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투자해 중국 SMG와 합작법인 동방CJ를 설립했다. 동방CJ는 2006년부터 흑자 전환하고 2012년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는데 중국 측은 유상증자 때 CJ를 배제하고 뒤이어 지분 매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동방CJ 기업가치는 1조~2조원으로 추정됐는데, 정부 압박 때문에 CJ오쇼핑은 지분 11%를 502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해외사업 가치가 추락하며 주가도 내리막을 걸었다. CJ오쇼핑 주가는 지분 매각을 공시한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221억 원 증발했다. 2012년 CJ오쇼핑 주가는 27만7000원에서 2016년 말 16만2900원까지 약 40% 떨어졌다.

당시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지분 매각이 투자 재원 마련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CJ오쇼핑은 계속 추락했으며 합병과 물적 분할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CJ ENM의 한 사업 부문이 됐다.

이 때문에 이번 라인 사태가 과거 CJ오쇼핑의 동방CJ 지분 매각 사건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라인야후의 일본인 CEO가 지분 매각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8일 이후 3.3% 하락했다. 네이버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22만7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2월 말 20만원 선이 무너진 후 현재까지 19만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라인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강제 매각 명령은 양국의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한국과 일본은 적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 틱톡 강제 매각 같은 사건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2차 행정지도 문건에도 ‘관계의 재검토’라고 에둘러 표현했을 뿐 매각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라인 야후와의 연결 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오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 약 32.7%(8조 3000억 원)를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본 외에 대만·태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고 라인 야후가 라인망가·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지분 매각으로 몇조 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면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