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상속과 노후를 위한 저축
'지갑 열지 않는' 베이비붐 세대…은퇴 후 금리와 인플레이션 올라갈 가능성 높아져
베이비부머는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나, 역사상 가장 운이 좋은 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전 세계 경제가 강력히 성장하던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다. 한창 경제활동을 하던 시절엔 이자율 하락·수입 증가·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전 세계 베이비부머는 2억7000만명 가량이다. 미국 인구의 20%인 베이비부머의 순자산은 미국 전체 52%인 76조달러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대가 소비하지 않고 기존 재산을 보존하거나 더 모으면서 문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근로자가 대폭 줄며 고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부의 축적 대신 소비로 전환하면서 저축이 줄어 기준금리가 상승한다는 논리에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생애주기 가설과 비교해 더 천천히 자신의 부를 소비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2019년 일본 노인들은 1년에 순자산의 1~3%만 소비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은퇴자의 40%가 계속해 돈을 모으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 은퇴 가구의 51%가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캐나다, 독일 등의 노년층 저축률도 증가세다. 2019년~2023년 한국의 65세 이상 저축률은 26%에서 29%로 늘었다. 독일에서도 은퇴자 저축률은 2017년 17%에서 2022년 22%로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후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저축하는데 더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부머가 돈을 아끼는 이유로 자녀 상속과 노후비용을 꼽았다. 우선 이들은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에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퇴 후 길어진 여생 또 다른 요인이다. 인생의 3분의 1을 의료비, 간병비 등으로 지출할 확률이 높아졌다. 실제로 미국에서 은퇴 후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답한 은퇴자는 2000년대 중반 40% 이상에서 현재 30% 미만으로 대폭 떨어졌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에 따르면 장기 요양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재산을 더 빨리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훗날 쓰게 될 요양 비용이 저축의 계기가 됐단 얘기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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