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은 의료 파국” 서울대의대 교수, 국민이 기댈 곳은 ‘입법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대통령실에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28일 서울의대·서울대학교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대통령실 레드 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레드팀은 조직 내의 취약점을 발견해 경고하는 내부 자정 기구를 말한다.

교수들은 “지난 몇 달간 정부는 불합리한 정책이 촉발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미명 하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정책을 쏟아냈다”며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했다고 하지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하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될 경우 의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증원이 필요하다 해도 한 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원 대신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게 먼저라고도 강조했다.

비대위는 “의료수가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되면 떠났던 동네 의원이 다시 돌아오며 큰 병원 진료가 수월해질 것이고, 일차 의료가 튼튼해지면 질병 예방에도 투자하는 바람직한 의료 체계가 될 것인데, 이러한 체계 대신 무리한 의대 증원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또 “소아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과 원칙에 따른 치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수가를 만들어주면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정권의 실적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며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출범을 앞둔 22대 국회에는 “2020년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지도록 의료 전문가가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의대 증원을 논의해 달라”며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입법부”라고 호소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