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의 전략이 바뀐다

한정된 내수 시장 넘어 해외로 눈 돌려
현지에서 오픈런 맛집 등극하며 흥행 돌풍

[비즈니스 포커스]
맘스터치 시부야점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  사진=맘스터치 제공
맘스터치 시부야점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 사진=맘스터치 제공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메가커피는 5월 30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매장을 열었다. 그간 한국 사업 확대에만 집중해왔던 메가커피가 해외에 첫 점포를 오픈한 것이다. 아직 출점 초기이긴 하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 몽골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점포 앞은 연일 현지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이번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몽골을 비롯한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더욱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K-프랜차이즈들의 사업 전략이 바뀌고 있다. 가맹 사업을 통해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온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에 발을 내딛으며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외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매출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 주목하고 나선 프랜차이즈는 메가커피뿐만이 아니다. 할리스, 맘스터치 등이 최근 좁은 내수를 넘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에 나선 대표 ‘K-프랜차이즈’다. 현지에서 오픈런 맛집으로 등극1988년 국내에 첫 1호점을 낸 뒤 약 26년간 한국 시장에서 가맹사업 확대에 힘을 쏟아왔던 할리스도 지난 5월 처음으로 해외에 매장을 열었다.

타깃은 일본이다. 일본 오사카에 직영 1호점인 ‘할리스 난바 마루이점’의 운영에 돌입했다. 난바의 ‘만남의 장소’라 불리는 마루이 백화점에 위치한 이곳 역시 금세 난바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일본 카페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무선 충전기를 갖춘 좌석 등을 마련하는 등 차별화를 앞세워 불과 2주 만에 약 1만 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할리스 관계자는 “할리스의 일본 진출은 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진행됐으며, 일본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매장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는 최근 거센 맘스터치 열풍이 일고 있다. 맘스터치는 지난 4월 16일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 일본 첫 점포 ‘시부야 맘스터치점’을 오픈한 바 있다.

점포 인근에는 맥도날드, 쉐이크쉑 등 쟁쟁한 경쟁자가 많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위치 선정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맘스터치가 이들에게 압승을 거둔 모양새다.

맘스터치는 순식간에 일본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방문객 수가 이를 증명한다. 시부야점은 매일 평균 3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할 만큼 명소가 됐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해당 점포는) 현재 도쿄에서 가장 뜨거운 햄버거 맛집으로 등극했다”며 “이 같은 현지 반응을 고려해 일본에서 점차 점포 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은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디야커피가 지난해 말 괌에 첫 해외매장을 오픈했으며 특수부위 고깃집 프랜차이즈 ‘빽돈’은 5월에 베트남 진출에 성공했다. 투썸플레이스를 비롯한 여러 프랜차이즈도 현재 해외진출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프랜차이즈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출 증대다. K팝, K-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자연히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해외 고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NS만 보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음식점’과 같은 동영상이 넘쳐나는 등 한국 문화가 일상에 짙게 반영되고 있다. 좁은 내수 넘어 넓은 해외로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세련된 곳’, ‘유행을 만드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는데 한국 음식도 그중 하나”라며 “이른바 ‘프롬 코리아’라는 사실만으로도 해외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한류 열풍이 거센데, 이는 대다수 프랜차이즈들이 해외사업의 전초기지로 해당 지역을 선택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사실도 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집계하는 ‘가맹사업 현황 통계 발표’ 자료를 살펴보자.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가맹점 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커피 가맹점 수만 보더라도 2만6000개를 돌파했다.
‘프롬 코리아’는 못 참지...해외는 지금 ‘K-프랜차이즈’ 열풍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한정됐는데 가맹점을 계속해서 늘리면 기존 점주들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 뿐 아니라 시장 규모도 큰 해외로 나가는 것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메가커피는 5월 30일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 몽골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메가커피 제공
메가커피는 5월 30일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 몽골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메가커피 제공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프랜차이즈 중에선 오히려 한국보다 해외 가맹점을 늘리는 데 더 적극적인 업체들도 생겨났다.

고피자가 대표 격이다. 2017년 국내에 첫 매장을 오픈한 고피자는 설립 약 2년 후인 2019년부터 해외진출을 결정했다. 한류에 대한 해외 호감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발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고피자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할 만큼 글로벌 인지도가 쌓였다. 인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7개국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며 매장 수 2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1위 공항인 창이공항에 2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국내 순수 외식 기업 최초로 입점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고피자처럼 일찌감치 해외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프랜차이즈들 역시 갈수록 커지는 한류 인기에 힘입어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BBQ를 예로 들 수 있다. BBQ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해외 매출은 1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약 690억원)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2003년부터 해외시장을 두드린 BBQ는 현재 57개국에서 700여 개 점포를 운영하며 세계에서 ‘K-치킨’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BBQ 관계자는 “특히 최근에는 북미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며 “지난해 미국 매출이 90%가량 늘며 해외사업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프롬 코리아’는 못 참지...해외는 지금 ‘K-프랜차이즈’ 열풍
한 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와 같은 해외 유명 식당이 한국에 들어오면 북새통을 이루는 것처럼 한국 프랜차이즈들도 해외진출 시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며 “더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