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젊은 직장인들이 은퇴를 위해 요양원을 찾고 있으며, ‘청년 요양원’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 시설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청년 요양원은 주로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일찍 은퇴하고자 하는 청년들)과 탕핑족(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살아가는 청년 세대)을 수용하고 있다.
또 입주자의 정신 건강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바와 카페, 노래방 등 휴식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 요양원들의 거주자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세대다. SCMP에 따르면 이들이 모두 수십 년 동안 요양원에서 살 계획인 것은 아니다. 일부는 은퇴를 단지 일시적 휴식으로 생각하고 번아웃 해소를 위한 휴식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들이 몰리면서 북경, 상하이 등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중국 남서부의 원난성과 동부의 산둥성 등 다양한 지방에도 청년 요양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윈난성에서 청년 요양원을 개업한 루 레이레이(32)는 “청년 요양원에 대한 게시글을 온라인에 올린 후 매일 수백 개의 입주 요청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청년층의 은퇴에 대한 높은 관심에 놀라워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일찍 은퇴를 꿈꾸는 것에 대해 “많은 30대가 길을 잃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가 운영하는 청년 양로원은 전통적인 노인 요양원과 달리 셰어 하우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주자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당에서 기공 운동을 하고 산에서 명상한다. 또 오후에는 농사를 짓거나 낚시, 공용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후 저녁에는 입주자가 다 같이 모여 모닥불 앞에서 대화하고 노래하는 식이다.
개인 침실이 제공되며 거주비는 월 1,500위안(약 28만 원)이다. SCMP는 최소 월평균 5000위안(약 94만 원)을 내야 하는 기존 요양원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에는 30~40대에 영구 은퇴를 계획하는 '파이어족'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더우반 내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 라이프스타일’ 그룹 회원은 무려 23만 명에 이른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서 생겨난 용어로, 공격적인 저축과 투자 수익에 의존해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는 과도한 업무를 피하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탕핑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SCMP는 "서구에서 '파이어'는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지만, 한국과 중국 같은 국가에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직장인들과 미취업 청년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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