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네오센터 2곳과 오포 첨단물류센터
CJ대한통운에 단계적 이관…매각 가능성도

SSG닷컴 자체 물류센터 용인 1곳만 남겨
업계 "신세계, 온라인 사업 확대 않겠다는 것" 시각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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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CJ그룹과 손을 잡고 물류·상품·미디어 등 분야에서 전방위로 협업한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물류'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SSG닷컴의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넘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체 물류센터는 이커머스 사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쿠팡이 한국 유통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한 것도 물류였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해 배송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비용 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SSG닷컴의 자체 물류센터는 '물류의 미래'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지만 갑작스럽게 물류센터 이관 결정을 내렸다. ◆ 신세계, CJ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넘기기로5일 신세계그룹은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체결식의 핵심은 '물류'다. 신세계 이커머스에 CJ대한통운의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G마켓은 빠르면 7월부터 익일배송 서비스 적용 시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종전에는 오후 8시까지 주문을 해야 다음 날 도착이 예정됐다면 앞으로는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SSG닷컴이 보유한 자체 물류센터 '네오(NEO)'다. 네오는 이마트 배송과 별개로 온라인 배송만 전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의 심장부로 불린다.

양측은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의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김포에 있는 네오 2개와 오포에 지은 첨단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현재 SSG닷컴은 총 3개의 네오와 오포 첨단물류센터 등 4개의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개를 CJ대한통운에 넘기게 된다.

신세계 측은 운영 관련 부분을 먼저 넘긴 뒤 매각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 자체 물류를 축소하는 이유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전용 자체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넘기는 것에 대해 △현금 확보 △이커머스 물류경쟁 포기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SSG닷컴의 경쟁력이 약화할 경우 신세계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세계그룹은 현금 확보가 시급하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650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도 신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인수하는 구조이며, 이자율은 7.078%다. 사채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30년 뒤인 2054년 5월 29일이다.

긍정적인 것은 당장 지출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면 인건비와 운영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2~3만개 수준으로 제한적인 탓에 물류센터 운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물류센터를 매각할 경우 이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결정이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이커머스의 핵심은 배송이며, 배송 경쟁력은 자체 물류센터 운영과 직결된다. 주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직매입을 통해 배송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의 직구 전문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연내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해 연내 18만㎡(약 5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쿠팡이 자체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확보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2014년 물류센터에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자체 물류센터 확보를 시작했다. 쿠팡은 이미 전국 30여곳에 100개 이상의 자체 물류센터(2021년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물류센터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150개 안팎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SSG닷컴은 과거 네오를 전국 11개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전략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이커머스 경쟁에서 쿠팡을 견제하고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틀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을 더이상 키우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신세계 지분 가치 하락도 우려된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 45.6% △신세계 24.4% △FI 30% 등으로 구성된다. SSG닷컴이 물류센터 매각으로 이커머스 경쟁력이 약화한다면 기업 가치로 하락하게 되며, 이로 인해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