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2000개 넘는 스타트업과 60여 곳의 VC가 몰려 'IT 창업 성지'라 불렸던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사진=한국경제신문
1990년대 2000개 넘는 스타트업과 60여 곳의 VC가 몰려 'IT 창업 성지'라 불렸던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열기가 뜨겁다. 최근 불거진 ‘라인사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세금혜택과 컨설팅 등을 내세우며 스타트업 모시기에 나선 일본 정부의 정책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9일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수출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1000달러 이상 수출하는 스타트업 349개사가 관심있는 수출시장 순위에서 일본이 42.4%로 3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중국(38.1%)과 유럽연합(37.5%)을 앞선 것이다.

설문조사는 올해 4월 15~24일 사이 이뤄졌는데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관계를 재검토하라’며 1차 행정지도를 내린 3월 5일 이후다. 일본 정부의 관치경제에 대한 우려에도 여전히 일본 진출을 선호하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내 신규 한국기업 법인 수도 매년 늘어났다. 2021년 109개, 2022년 158개에서 작년 205개를 달성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도가 최대 1억 엔(약 9억원)을 지원하는 ‘해외기업 유치 프로그램’에는 총 8곳 중 7곳이 한국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일본 정부 차원의 태도 변화도 한 몫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전환(DX) 투자촉진세제, 중소기업경영강화세제 등 IT 관련 세제 혜택을 도입했다. 'DX 인증제도'를 통해 설비투자 자금 융자 금리도 우대해준다. 과거 외국인 창업자들에 대한 기준도 완화해 사업 계획만 있으면 어디서든 2년간 체류할 수 있게 됐다.

DX 출발점에 선 일본은 디지털 인력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플랫폼 기업에게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IT 인프라 수요를 노리고 사무소와 데이터센트를 확충하는 등 일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