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어머니, 국방부 기자단에 편지 보내
곧 아들의 1주기, 진실 꼭 밝혀주시길

채상병 어머니 "곧 아들의 1주기···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활짝 웃으며 들어올 것만 아들. 사랑스런 아들!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볼 수 없음에 목이 메입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1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엄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표현해야 살 것 같아 몇 글자 적어본다"면서 입장을 밝혔다.

12일 채상병 어머니는 해병대를 통해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편지에서 "7월 19일이면 저희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지 1주기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수사에 진전이 없고 엄마의 입장에서 염려가 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날 물속에 투입을 시키지 않아야 될 상황인데 투입을 지시했을 때 구명조끼는 왜 입히지 않은 채 실종자 수색을 하라고 지시를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고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저희 아들은 아토피가 있어 수영도 못하고 해병대 훈련받을 때 몇 번 강습 받은게 전부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돌이켜 보면 해병대 간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면서 "어떻게 얻은 아이이고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 아들이었는데 안일한 군 지휘관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저의 아들이 희생이 되어 힘듦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번의 유산 후 어렵게 임신한 채상병 어머니는 2003년 1월 아이를 출산했다. 어렵게 얻은 아이라 더없이 행복했고, 세상이 달라보일 정도로 귀했던 아들을 떠나보낸 마음을 편지에 그대로 적었다.

그는 "그런 우리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저희는 모든 것이 무너졌고 멈춤이 되어 버렸다"며 "저희는 군대를 보냈는데 휴가 한번 나오지 못하고 5월 11일 수료식 때 부대 근처 펜션에서 점심식사 했던 것이 마지막 날이 되어 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누가 7월 19일날 유속도 빠르고 흙탕물인데 왜 물속에 투입시켜 실종자를 찾게 했는지, 그 상황에서 장화를 싣고 들어가 수색을 하게 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란다"며 "그 진실이 밝혀져야 제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감히 호소드린다. 저희 아들 사망사고를 조사하다 고통을 받고 계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님의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고 과감하게 선처를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장마철이 다가온다"며 "약속했던 재발방지책을 신속히 수립해 장병들에게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주시고, 아들이 좋아했던 해병대로 다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한편, 현재 채상병 순직 사건은 경북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국방부 군사법원에서는 당시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등 혐의를 다투는 재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는 외압 의혹 수사가 각각 진행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