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집중한 첫 자체 데이터센터 공개
전기·통신·냉각 등 이중화로 안정성 극대화
화재 대응 시스템 자체 개발, 특허 출원
정 대표 "AI 대응 위해 제2 IDC도 준비 중"

올해 3월 공식 취임한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11일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데이터센터 안산’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정 대표는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공개 행사에서 “카카오 서비스가 국민의 일상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 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카카오는 안정적인 AI 서비스를 위해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오는 2028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부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왜 데이터센터였을까?

모빌리티, 게임,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가 동시에 중단되며 일상이 멈췄다. 새삼스럽게 카카오의 존재감과 위력을 느낀 날이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데이터센터를 이원화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룹 덩치는 커졌는데,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시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카카오는 2021년 첫 삽을 뜬 데이터센터 안산의 공사가 한창 이었다. 몇 개월 뒤 해당 사고가 나자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높였다. 카카오가 집중한 것은?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안전성’에 총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전력망, 통신, 냉각 시스템을 이원화했고 지진, 해일, 화재 대응에 특화한 설계를 도입했다. 배터리실에 적용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은 특허까지 출원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전력회사로부터의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부터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기까지의 전 과정, 통신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의 냉수 공급망 등 운영설비를 이중화했다.
이를 통해 일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복구 시간을 최대한 단축 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화재나 지진, 홍수, 해일, 태풍 등 각종 자연 재해 및 재난에도 서비스가 멈추지 않는 환경을 조성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역시 화재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 전기차와 동일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카카오는 무정전전원장치(UPS)실과 배터리실을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하고 모든 전기 판넬에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이상 온도 상승 시 즉각 대응하게 설계했다.
카카오가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은 4단계로 이뤄졌다.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를 보관하는 랙(고정 선반)마다 화재대응 시스템이 장착돼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에도 멈추지 않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국내 원자력 발전소 기준에 준하는 '특등급'의 내진 설계도 적용했다. 리히터 6.5이상의 강진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이밖에도 안산시 지역 최대 풍속을 감안해 28m/s의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대비했다.
홍수 피해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지상1층 바닥을 주변 지표면보다 약 1.8미터 가량 높이 설계했고, 서버와 배터리, UPS 등 주요 설비도 모두 지상층에 배치해 침수 가능성에 대비한 것도 특징이다. 평균 해발 고도 10m 지역에 자리잡고 있고, 시화방조제로부터 직선 거리로 18km 이상 떨어져 있어 해일 발생 때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AI·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계획 밝힌 카카오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등판한 리더다. 위기를 잠재우고 내수를 벗어난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늦어지고 있는 AI 사업 전환 등 기술 혁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정 대표는 이날 데이터센터에서 카카오의 AI 서비스 개발 현황과 계획, 카카오의 경영 쇄신에 대한 청사진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애플이 최근 아이폰에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한 기능을 탑재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AI 시대엔 먼저 치고 나가는 곳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며 “언어 모델 (기술 개발) 싸움에서 이제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서비스로 경쟁하는 게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만의 차별점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4870만명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안에 카카오에 맞는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내비쳤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고우찬 리더는 "엔비디아 AI칩 H100, B100 등 차곡차곡 구매를 해서 도입할 예정"이라면서도 "안산 외 여러 데이터센터에 안정적 운영하기 위해 분산 배치할 것이며 언제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협력 계획에 대해 고우찬 리더는 "글로벌 업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카카오 전체가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신설된 AI 전담조직과 논의를 하며 협력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부임 후 진행하고 있는 경영 쇄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쇄신은 기존의 나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말인 것 같다”며 “대표이사 내정이 되자마자 두세달 동안 크루톡을 통해 임직원 1000명을 만났다.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를 굉장히 많이 파헤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카카오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성장의 방향성을 만들었고, 거기에 맞게 원팀으로 달릴 수 있는 조직구조를 개편했다”며 “그룹 관점에선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체계, 우리의 체질에 맞도록 리더들을 선임하는 작업들이 많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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