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마포 선호도 높아, ‘한강뷰’보다 역세권·직주근접이 우선
부동산 측면에서 보면 마포의 강점은 새 아파트가 많다는 것이다. 노후 아파트 비율이 10%대에 그친다. 그만큼 최근 재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말한다. 마포구에서도 다른 지역처럼 지역별, 입지별로 선호도가 나뉜다. 실수요자들이 마포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은 대체로 마포대로 일대인 ‘동마포’다. 행정구역 마포동이 위치한 만큼 동마포 지역은 동서로 넓은 마포구의 근본 역할을 한다. 지역 시세를 이끄는 일명 ‘대장주 아파트’ 역시 상당수가 이 동마포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아파트 문화 선도한 마포주거지로서 동마포의 가치를 처음 입증한 사건은 ‘마포아파트 재건축’이다. 1964년 공사를 마친 도화동 마포아파트는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서 지상 6층, 10개동 642가구 규모로 지금의 마포대로 동쪽,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에 위치했다. 대한주택공사는 “국민의 주거생활을 향상시킨다”며 고급 주거단지를 조성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1988년 12월 소유주들은 국내 최초로 재건축 조합을 결성했고 마포아파트는 1991년부터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건축사업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당시 사업 추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마포아파트가 동 간격이 넓고 쾌적한 저층 아파트이므로 대지지분이 컸다는 점과 약 35년 전에도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마포대로 인근의 입지를 높게 쳤다는 점이다.
마포는 서울 서부 중심에 위치한 만큼 인근 지역 개발의 수혜를 직접 입는다. 마포대로는 직선으로 서대문과 광화문으로 연결된다. 1970년대에 이미 여의도와 마포대교가 개발됐고 마포대로에는 서울가든호텔이 들어섰다. 이후 마포는 여의도 영향권에 속하게 됐다.
최근에는 동마포에서도 선호입지의 범위가 공덕역 북쪽으로 더 좁혀지는 분위기다. 공덕역이 6호선, 5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4개 철도노선이 지나는 정차역이 되면서 역세권 주택의 가치 역시 높아졌다. 공덕역 북쪽인 공덕동과 아현동, 염리동에 재개발이 대거 추진되면서 입주단지들이 신흥 주거지를 형성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10년 된 마래푸, 다음 타자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줄여서 ‘마래푸’라고도 불리는 3885세대 규모 아파트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 번씩 들어봤을 정도로 지난 상승기 당시 유명세를 탔다. 마래푸가 마포 부동산 시세를 이끌며 지역 가치를 한 차원 끌어올리기도 했다.
해당 단지를 탄생시킨 아현뉴타운에선 그전에도 브랜드 아파트인 공덕삼성래미안이 1~5차까지 입주하며 인기를 모았다. 그중 공덕삼성래미안 5차는 2003년 뉴타운 지정, 2004년 기본계획 승인 이후인 2006년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실질적인 ‘아현뉴타운 1호 단지’로 알려져 있다. 아현뉴타운의 입지와 삼성물산 ‘래미안’ 브랜드 등에 대한 기대감에 높아 2009년 164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마포 래미안푸르지오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3세대 아파트’로서 특화 조경과 주민공동시설(커뮤니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데 있다. 단지 면적의 41.5%에 조성된 특화 조경 또한 평이 좋았다.
지금의 명성이 생기기까지 서울 부동산 상승기 초입에 마포에서 가장 신축인 대단지 아파트였던 점도 작용했다. 상승기에는 매물이 많이 나오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손바뀜이 빨리 일어나면서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른다. 그러나 ‘재개발’과 ‘신축’으로 뜬 마포 주택시장 특성상 라이벌은 빠르게 등장했다. 마래푸도 어느덧 입주한 지 10년이 돼가기 때문이다. 마래푸를 추월한 아파트는 모두 더 새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6월 12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가장 단위면적당 시세가 높은 아파트는 ‘마포 프레스티지자이’로 나타났다. 3.3㎡(평)당 시세는 5748만원이다.
일명 ‘마프자’로 불리며 새 대장주 취급을 받는 마포 프레스티지자이는 아현뉴타운 내 염리3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마래푸에 이어 1694가구 규모를 자랑하며 2021년 12월에 입주했으며 요즘 고급아파트의 특징인 실내수영장이 커뮤니티센터에 있다. 장점은 아현뉴타운 아파트 중 가장 2호선(이대역)이 가까우며 대흥동 학원가도 도보로 이용하기 편리하다.
마프자는 입주도 하기 전인 2020년 12월 전용면적 84㎡ 타입이 20억원에 거래됐다. 다른 서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2022년 하반기에 가격이 하락했다가 최근 반등을 거듭하며 전고가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올해 5월 전용면적 84㎡ 타입은 19억5000만원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포 아파트 시세가 높아지다 보니 길 건너 단지인 ‘신촌그랑자이’는 단지 이름을 ‘마포그랑자이’로 바꾸기도 했다. 대흥역 소재 마포그랑자이는 대흥2구역 재개발로 탄생했으며 마프자보다 1년가량 빠른 2020년 2월에 입주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뒤 공덕1구역 재건축사업으로 조성되는 공덕동 소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2026년 입주 예정으로 6월 말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포에선 후순위 ‘한강 조망’
마포 부동산의 테마가 ‘직주근접’이다 보니 용산, 성수에서 잘나가는 한강 조망 아파트는 동마포 역세권에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하중동 ‘밤섬자이’나 ‘래미안 마포웰스트림’ 등은 맞은편 여의도 업무지구와 밤섬이 어우러진 서울 최고의 한강 조망을 갖추고도 공덕역 북쪽 재개발 단지를 추월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마포 남쪽 용강동에선 한강 조망과 염리초등학교 학군, 마포에서 귀한 평지 지형을 두루 갖춘 아파트가 아현동 대장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래미안 마포리버웰’과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두 곳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부동산테크 기준 각각 3.3㎡당 5528만원, 5443만원을 기록했다.
홍대 인근에선 2012년 완공된 서교동 메세나폴리스가 유럽산 자재 마감과 철저한 보안시스템, 고품격 커뮤니티센터를 품은 고급 주상복합으로 주목받았다. 입주 시기에는 이미 합정동에서 상권이 발달한 때였고 나영석 PD, YG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와 소속 연예인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졌다. 교통이 편리한 입지와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보안을 갖추고 있어 2022년 가수 임영웅이 펜트하우스를 51억원에 매입하는 등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포 서쪽 끝에 위치한 상암동 부동산은 한강과 월드컵공원을 낀 쾌적한 환경을 갖췄으나 시세는 동마포 대비 40%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DMC 업무지구는 가깝지만 역에서 멀고 서울 3대 업무지구와는 더 멀기 때문이다. 상암동 대장주인 ‘월드컵파크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5월 1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쌓여가는 아파트 연식과 지속적인 인근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물량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쪽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선 아현뉴타운과 마찬가지로 재개발사업을 통해 신규 아파트가 나오고 있으며 서쪽 고양시에선 덕은지구, 향동지구 등 택지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상암 주민은 “마포 수요는 신축 아파트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바로 옆 덕은지구에서 최근 새 아파트 입주가 계속돼 그쪽으로도 수요가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군이 다소 약한 점도 있어 아이가 크면 목동으로 이사 가거나 셔틀을 타고 그쪽 학원을 보내는 부부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암동 인근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는 불광천 너머 성산2동에 자리한 ‘성산시영아파트’이다. 3710가구 성산시영은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드문 마포에서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산시영은 2020년 재건축 안전진단 최종 통과 이후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말 정비구역 지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시장 침체와 공사비 문제로 재건축 사업이 위기를 맞아서인지 2021년 기록했던 최고가에 한참 못 미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고가의 시세를 받칠 수요가 동마포에 몰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마포 역시 3.3㎡당 1억원 수준인 강남의 시세와 격차를 두고 움직일 수밖에 없으므로 추격매수를 하더라도 적정 가격선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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