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8억 달러(1.1조)와 이자까지 요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중공업이 러시아의 즈베즈다(ZVEZDA) 조선소로부터 지난 2019∼2020년 수주한 선박 17척과 관련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42억 달러(약 5조7700억원) 규모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이미 납입한 선수금 8억 달러와 지연 이자 지급도 요구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9∼2020년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인 'ARCTIC(아틱·북극) LNG-2'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 15척과 셔틀탱커 7척 등 총 2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금액은 42억 달러로, 당시 조선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계약으로 기록됐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42억 달러 계약 가운데 8억 달러 선수금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이 중 LNG 운반선 5척은 대금을 받고 건조해 인도를 마친 상태다.

다만 당시 삼성중공업은 건조계약이 아닌 즈베즈다 조선소의 기술 파트너로서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러시아 극동 볼쇼이카멘에 있는 현지 최대 조선소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선박들은 국내 거제조선소가 아닌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삼성중공업이 계약 후 수주 공시가 아닌 선박 블록·기자재 공급 공시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즈베즈다 조선소가 미국 정부의 특별 제재 대상자(SDN)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선박 건조가 불가능해지자 기술 파트너였던 삼성중공업에 계약 해지와 함께 선수금 반환을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은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해당 사안을 제소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해지건이 삼성중공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을 보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계약건은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프로젝트로 기자재 공급계약 형태로 일부 공정이 진행됐지만 선수금 범위로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며 "삼성중공업의 거제 야드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 본사의 공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소송이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의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