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돈 벌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하게 커졌던 인플루언서 시장이 최근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자가 되지 못하고 간신히 생활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미국 내 많은 크리에이터가 SNS를 통해 돈을 벌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SNS 플랫폼이 인기 게시물에 대한 보상금을 줄이고 있으며, 기업들의 광고 기준도 까다로웠다는 설명이다.

인플루언서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SNS 플랫폼에서 활동한 크리에이터는 전 세계 5,000만 명으로 추산되며, 2028년까지 연평균 10~20%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5년 동안 SNS 플랫폼은 많은 팔로워와 조회수를 기록한 크리에이터에 광고 수익을 분배했다. 틱톡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SNS 크리에이터에게 나눠줬고, 유튜브는 숏폼 플랫폼인 숏츠에서 조회수에 따라 한 달 평균 100~1만 달러(약 13만 8,000원~1,38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도 숏폼 릴스에서 비슷한 광고 수익 공유 프로그램을 내놨다. 스냅챗도 하루 최대 100만 달러(13억 8,000만원)의 보상금을 크리에이터들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는 소수에 불과하다. SNS마케팅 대행사 네오리치는 지난해 10만 달러(약 1억 3,800만 원) 이상 벌어들인 SNS 크리에이터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크리에이터의 절반에 가까운 48%의 연평균 수입은 1만 5,000 달러(2,072만원) 이하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클린트 브랜틀리(29)는 유튜브, 틱톡, 트위치 등 SNS에 게임 포트나이트 관련 동영상을 게재해왔다. 구독자는 40만 명에, 평균 조회수도 10만 회에 달하지만 지난해 수입은 미국 노동통계국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 5만 8,084달러(약 8,025만 원)에도 못 미쳤다.

브랜틀리는 자신이 취약 계층에 속한다며, 온라인 기부나 광고 후원 등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일정하지 않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브랜드들의 광고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미국 내 틱톡 이용이 금지되면 수입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줄이면서 크리에이터들의 수입도 함께 감소하게 됐다. SNS 플랫폼은 광고 수익 정산 기준을 바꿨는데, WSJ은 이 방식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틱톡은 '1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이 1개의 콘텐츠에서 1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을 때' 보상한다는 기준을 도입했으며, 유튜브도 지난해부터 ‘구독자 1,000명 이상 보유한 계정이 90일간 쇼츠 1건당 조회수 1,000만 이상 기록했을 시’에만 광고 수익의 45%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스냅챗도 '팔로어 5만 명 · 30일간 조회수 2,500만 이상'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29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크리에이터 유발 벤 하윤은 “지난해 초까지는 월 4,000달러(약 552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지만, 틱톡의 크리에이터 펀드가 폐지된 이후 조회수 100만 회당 수입이 200~400달러(약 28만~55만 원)로 줄었다”며 “보상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최근엔 조회수 1,000만 회를 달성한 영상 수입이 120달러(약 17만 원)까지 감소하면서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WSJ은 “코로나 기간 SNS 이용이 급증하면서 패션과 투자, 라이프스타일 등 틈새시장을 공략했던 크리에이터들은 큰 혜택을 받았지만, 상당수는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